[Zoom人]'삼성 사태' 수습..첫 시험대 오른 윤석헌 금감원장

박종오 기자I 2018.05.08 06:00:00

금융개혁 위해 조직 신뢰회복 관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삼성증권 배당사고 징계수위 주목
금융위 정책·감독 업무분리 강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힘 실릴 듯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카리스마 있고 강단도 있는 분입니다. 개혁을 강하게 할 겁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금융위원회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경제학자는 윤 원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윤 원장은 8일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금감원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청와대는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또다시 민간 출신 인사를 원장으로 발탁했다. 윤 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금융·경제학자로 꼽힌다. 금융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윤 원장이 금융 개혁에 앞서 취임과 동시에 수습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과 얽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다. 이른바 ‘유령 주식’ 배당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 제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공방 등이 윤 원장이 맞닥뜨린 ‘첫 시험대’다.

◇윤석헌號 첫 시험대…삼바 분식회계, 삼증 배당사고 수습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논란은 다수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이다. 금감원은 작년부터 특별 감리를 벌여 삼성그룹의 핵심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지분 가치 평가 기준을 장부가격에서 시장가격으로 바꿔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반영한 것이 회계 처리 기준을 어긴 것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금감원 결정이 공개된 후 사흘간 이 회사 주가가 급락하며 시가총액 8조5000억원 규모가 증발했다. 금융위는 오는 17일 감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첫 심의하고 이달 23일이나 다음달 7일쯤 증권선물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감리위나 증선위에 금감원장이 직접 참석하진 않는다. 하지만 금감원의 수장인 만큼 결과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만약 금감원 판단과 달리 삼성 측 분식 회계가 아니라고 결론 날 경우 전임 원장 2명의 불명예 사퇴로 가뜩이나 바닥에 떨어진 금감원의 신뢰와 위상에는 치명타다. 반대로 금융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여서 앞으로 윤 원장의 금융 개혁 드라이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현안은 삼성증권 배당 사고 수습이다. 금감원은 윤 원장 취임일인 8일 삼성증권 현장 검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6일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283만 주)에게 현금 배당을 하는 과정에서 1주당 1000원(28억1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1주당 1000주(28억1000만 주)로 잘못 입고해 일부 직원이 주식을 내다 팔고 주가가 급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당시 잘못 입고한 주식을 매도한 직원 16명을 형사 고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남은 것은 금감원의 회사 징계다. 금감원이 삼성증권에 어느 정도 수위의 징계를 내리느냐에 따라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윤석헌 표 금융개혁, 외풍 휘둘리지 않는 감독에 초점

‘윤석헌 표’ 금융 개혁은 이런 난제를 넘어선 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윤 원장은 7일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와 만나 취임 포부로 “금융 감독 본연의 업무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전임 최흥식 원장의 취임 일성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김기식 전 원장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앞의 둘과 강조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발언의 무게감은 차이가 크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우리나라에서 감독기구가 견제와 균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금감원을 지시·감독하는 금융위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액셀(가속장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위험 감독이라는 ‘브레이크(제동장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급증한 가계 부채다. 따라서 그의 금융 개혁은 일차적으로 금융위 중심의 금융 산업 정책이라는 ‘외풍(外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감독 강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1948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샌타클래라대 경영대학원(MBA)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박사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경영대학원장 및 경영대학장) △한국재무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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