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50·사진)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 소장은 28일 “분유 개발은 아이들의 영양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고려해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과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정 소장은 지난 2009년 6월 매일유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제품에 전문적인 의견을 반영해 줄 소아과 전문의를 찾던 매일유업 측 제안을 받고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보태기로 했다.
정 소장은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워킹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아소화기영양 전임의라는 ‘직업’ 이전에 좋은 분유를 만들어 먹이고 싶은 ‘엄마’로서의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정 소장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중증의 환아를 많이 보게 되는데 모유도 못 먹는 아기들에게 줄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다”며 “매일유업이 선천성대사이상 분유 등 다양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어 평소에도 호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입사 당시에도 모유 연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긴 했지만, 모유에 한층 더 가까운 분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했다. 정부 발표 보고서조차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을 정도로 국내 모유 연구 수준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2011년 11월 분유 업계 최초로 모유를 연구하는 독자기관인 매일모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이듬해부터 모유 정밀 분석 서비스를 시작, 본격적인 모유 연구에 나섰다. 연구 원료인 모유는 산후조리원을 통해 얻기도 하고 베이비페어, 모유 세미나 등의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가져온 것들을 수거하기도 한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신청을 받아 정밀 분석 서비스도 실시하는데, 주요 영양소 함량뿐 아니라 식이 분석 결과까지 A4용지 11장 분량으로 자세히 제공한다.
정 소장은 “모유 연구를 통해 분유의 영양 설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항상 고민한다”며 “모유에 가깝게 단백질 함량을 조금 낮춘다거나 반대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타민D와 철분 등은 보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모유나 분유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루테인의 경우 필수 영양소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생후 24개월까지 시각 발달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DHA와 루테인 섭취가 필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이유다.
정 소장은 “모유에 있는 루테인 함량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유 제품들의 영양 설계를 업그레이드 해 반영했다”며 “모유에 평균 100㎖ 기준 평균 2.5㎍ 이 함유돼 있어 앱솔루트 분유에도 모유 수준의 루테인을 함유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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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소아과 근무 시절 경험을 살려 아기의 체중·키의 성장, 섭취량, 아기똥 상태 등을 포함한 엄마들의 자가 진단 프로그램 ‘앱솔루트 솔루션’을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자는 한 직원의 제안으로 ‘앱솔루트 아기똥 솔루션’이 탄생했다. 성인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영유아들의 특성상 변이 정상 상태인지 궁금해하는 초보 엄마들이 많아 걱정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아기똥 솔루션에는 3130여 가지 사례가 저장돼 있어 이상 여부를 쉽고 빠르게 자가 진단할 수 있다. 누적된 각양각색의 아기똥 사진만 수 만장이다. 직접 아기똥 사진을 올리면 온라인 상에서 일대일 개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정 소장은 “평일에도 200여 건 정도 상담하고 있다”며 “점심 시간에도 아기똥 사진을 보면서 답변을 달아주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웃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 내 모유 수유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정 소장은 “모유는 기본적인 영양소 외에 면역 요소와 심리적인 안정, 질병 예방 등 장점이 많다”며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양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도 개인적·사회적인 이유로 할 수 없는 엄마들이 66%나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유와 아기똥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온 정 소장은 아시아 전체로 연구를 확장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에는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모유 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로 이름도 바꿨다.
정 소장은 “모유에 들어가 있는 단백질 세부 구성 성분을 분석해 분유에 반영한다면 유단백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장 모유 같은 분유’ ‘아기에게 먹여도 미안하지 않은 모유처럼 좋은 분유’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