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1조 투자’…5년 뒤 매출 10조 목표
지난 26일 국내 유통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신세계는 이날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전자상거래 사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2개사는 신세계의 온라인사업 신규법인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 불황에 유통업계가 잔뜩 숨죽이고 있던 사이 내놓은 ‘깜짝 발표’였다.
신세계에 투자 의향을 밝힌 투자운용사는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다. 이중 업계가 특히 주목한 곳은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다.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미국 최대 오픈 마켓 ‘이베이’의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 최초 기관투자자로 유명하다.
신세계는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이후 합병할 계획이다.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도 세운다. 신세계는 2014년 신세계몰, 이마트몰, 신세계백화점 등 분산돼 있던 계열사 온라인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해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4%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성장세는 좋다. 다만 SSG닷컴 운영을 이마트와 신세계가 별도로 맡으면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를 보였다. 신세계는 앞으로 흩어진 이커머스 전담 조직을 하나로 합치면서 온라인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될 전자상거래 회사는 연내 출범이 목표다. 세부적인 사항은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신세계는 5년 후인 2023년에는 전자상거래사업의 연간매출을 10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5배 규모다. 신세계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전자상거래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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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전자상거래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와 소셜커머스 기반 업체 등이 인수 후보군에 올랐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자사 온라인쇼핑몰 통합사이트인 SSG닷컴을 따로 떼어내 키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전자상거래 사업 전권을 관련 업계 전문가인 최우정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2010년 3월 신세계I&C로부터 신세계몰 사업을 인수하며 온라인 유통사업을 강화했다. 그해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 대표였던 최 부사장을 영입해 책임자로 앉혔다.
최 부사장은 “신세계의 온라인사업 성과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데 투자사들과 공감했다”며 “신설되는 온라인 사업 별도 법인은 금년 내 출범이 목표다. 법인명, 조직 구성 등 세부 사항은 추가 준비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에 고삐를 죄면서 전자상거래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한 신세계와 달리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는 적자 늪에서 벗어나고 못하고 있어서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과 물류망을 갖춘 유통 대기업이 조 단위 투자까지 단행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신세계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를 키워 준다면 모든 동종업체가 같이 성장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