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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13년 첫 계약 성사 후 현재 9개사 12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2014년 290억이던 매출은 지난해 2946억원으로 2년새 10배 이상 늘었고 올해에는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밝혔던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현실화되고 있다. 2015년 2036억원 적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04억 적자로 적자 폭을 대폭 줄였고 올해 3분기 손익분기점을 기록한 후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통상적으로 개발에서 인허가까지 6~7년이 걸리는 기간을 4~5년으로 줄여 설립 5년만에 3품목을 허가받았다. 산도즈, 암젠, 셀트리온 등 경쟁사들은 아직 한두개 제품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가받은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의약품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한 유일한 회사로 등극했다.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매출도 상승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매출은 2014년 761억원에서 2년만에 1475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 121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바이오판 삼성전자’로 본다. 삼성전자(005930)가 유망 분야에 집중 투자해 경쟁자를 따라잡고 추격자와의 격차를 벌려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전략을 고스란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접목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2010년 미래 신수종 산업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정할 때부터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신약개발 대신 CMO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했다. 삼성은 두 회사에 3조원을 투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 정도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라고 말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삼성이 바이오의약품시장 진출을 위해 외부에서 합류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삼성에서 5년째 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고 사장은 미국에서 생화학, 분자유전학을 전공하고 바이오벤처를 운영했다. 2000년 삼성 합류 이후 바이오의약품 전략의 기틀을 잡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5년만에 3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배경에는 고 사장의 오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각 단계에 맞춰 집중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챙겨 시간 지연과 비용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 사장은 “시장성이 높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다른 제품 개발에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다”며 “인허가 경험이 쌓이면서 각 규제기관 별 맞춤식 자료를 미리 준비한 것도 기간 단축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셀트리온(068270)의 경우 2007년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어 6년만인 2013년 램시마의 유럽허가를 받았다. 미국 진출도 셀트리온은 허가신청 후 25개월이 걸린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청 15개월만에 끝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의 ‘전략통’으로 통한다. 2008년 신수종사업 태스크포스에 합류하면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작업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FDA의 인증 심사 과정에서 단 한 건의 결정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허가가 최대 1년 정도 늦어지게 된다. 김 사장은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쌓은 제조역량을 바이오의약품 공정에 접목했다”며 “미세공정 관리는 삼성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견학한 한 중국 제약사 대표는 “엄청난 규모와 미세공정 관리 능력이 인상 깊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CMO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2개로 나눠 ‘적과의 동침’ 가능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CMO,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나눈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부문에서 애플과 경쟁관계이지만 애플에 반도체도 공급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런 적과의 동침이 어렵다. 한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CMO는 생산을 의뢰하는 회사의 개발 노하우와 비밀을 숨김 없이 공유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CMO 업체가 바이오시밀러 개발까지 한다면 그 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전에 CMO 사업을 캐시카우로 삼았지만 램시마의 성공 이후 CMO사업은 정체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쌓은 역량을 신약개발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과 췌장염치료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약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할 것으로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그렇게 된다고 해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우리의 클라이언트 중의 하나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며 “글로벌 고객들과 기관으로부터 품질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성공적인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와 동시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력과 대단위 설비 투자를 통한 양산능력이 필요하다”며 “삼성은 이를 두 회사가 나누어 분담함으로써 위험부담은 낮추고 효율성은 높이는 현명한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란?
의약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의약품 개발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개발, 생산, 마케팅 중 특정 단계에 집중하는 게 글로벌 제약업계의 트랜드인데, CMO는 이 중 위탁생산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