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미슐랭도 반한 미식도시 '홍콩'…별별 맛 탐험

강경록 기자I 2016.10.25 06:05:00

홍콩 미식여행
3000년 역사 수백가지 종류의 ''딤섬''
달콤한 홍콩식 계란빵 ''까이단자이''
양조위가 즐겨찾던 국숫집 ''카우키''
쫄깃한 거위살에 시원한 맥주 ''캄스''

홍콩 코즈웨이베이 타워 535 26층에 들어선 루프톱 레스토랑 ‘시푸드룸’에서는 홍콩의 야경이 한누에 들어오는 옥상 라운지가 특히 연인들에게 인기다.


[홍콩=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누가 뭐래도 홍콩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쇼핑’이다. 침사추이부터 개성 넘치는 홍콩의 시장 야우마테이와 몽콕,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체험 성완과 센트럴, 럭셔리와 소박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애드미럴티와 센트럴 등 홍콩은 다양한 세대와 유행을 선도하는 커다란 백화점 같은 도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홍콩은 아시아와 유럽이 섞인 독특한 문화를 가진 도시다. 영국령 아래 있던 홍콩은 뼈아픈 역사 속에서 동·서양이 혼재하는 이색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그 총체가 바로 ‘음식’이다. 고급호텔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은 물론 뒷골목 허름한 식당까지 미슐랭의 별이 홍콩에 쏟아지는 이유다. 홍콩요리의 가장 큰 강점은 중국 광동요리를 최고급식당부터 거리음식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정통 광동요리는 물론 풍미 있는 아시아요리, 개성 넘치는 서양요리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천차만별 진미만큼이나 다양한 저마다의 이야기까지 녹아있다.

인터콘티넨털 홍콩 ‘얀토힌’은 4년 연속 미슐랭 2스타를 받고 있다.


◇ 홍콩 대표메뉴 딤섬의 교과서 ‘팀호완·린홍’

딤섬(点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간식이나 에피타이저, 디저트로 간단히 먹던 음식이던 딤섬은 약 3000년 전 중국 남부의 광동지방에서 유래했다. 모양과 속재료에 따라 종류가 수백가지다. 작고 투명한 만두 모양은 가우(餃), 진빵 모양은 바우(包), 꽃봉오리 모양은 마이(賣)라는 말을 붙인다. 펀(粉)이라 해 얇은 쌀가루 전병에 갖가지 소를 넣어 돌돌 말아 부
최근 홍콩에서 뜨고 있는 인터콘티넨털 홍콩의 미슐랭2스타 레스토랑 ‘얀토힌’의 딤섬요리. 이곳에서는 점심 시간에만 딤섬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친 것도 있다. 기름진 음식이라 차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같이 마시는 차는 ‘얌차’라 부른다.

최근 딤섬은 간식 차원을 넘어 ‘메인요리’로 급성장하고 있다. 조그마한 만두피 속에 다양한 재료를 담아내는 기술은 일본 초밥만큼이나 변화무쌍하고 오묘하다. 한국의 김치처럼 딤섬 또한 현지인조차 제대로 맛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딤섬 전문점 중 몇몇이 독특한 맛으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콩서 가장 많이 알려진 딤섬식당은 ‘팀호완’이다. 홍콩역 5번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홍콩 딤섬의 교과서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이곳의 자랑은 단연 샤오롱바오와 하가우. 특히 입안 가득 진한 육즙이 기분 좋게 퍼지는 샤오롱바오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성완역 인근의 ‘린홍’은 홍콩인이 가장 사랑하는 딤섬집이다. 100년 역사의 오래된 집 탓인지 안내해 주는 이도 없어 손님은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주인은 부가세(10%)를 받지 않는다. 오래 기다리게 하는 불편을 끼쳐 미안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뜨는 곳은 인터콘티넨털 홍콩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얀토힌’이다. 인터콘티넨털 홍콩은 홍콩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룡섬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얀토힌은 1984년 이 호텔에 문을 열었다. ‘미슐랭 가이드 홍콩&마카오’에서 4년 연속 미슐랭 2스타를 받고 있다. 딤섬요리는 점심에만 맛볼 수 있다. ‘슈페리어 덤플링’은 딤섬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셀렉션 메뉴로 새우알과 피망·농어를 넣은 딤섬, 금박과 제비집을 올린 가리비가 든 딤섬, 채소와 킹크랩 다리로 맛을 낸 딤섬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 현대·전통이 만난 ‘코즈웨이베이·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인근의 타이항에 자리잡은 ‘세컨드 드래프트’는 맥주와 어울리는 요리를 추천해주는 가스트로 펍이다.
코즈웨이베이는 홍콩서 쇼핑1번지로 통한다. 거리 곳곳에 대형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한두 블록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타이항이란 곳인데 유행의 첨단을 걷는 코즈웨이베이와 달리 소박한 골목이 보이는 동네다. 자동차수리점이 즐비했던 거리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문을 열면서 트렌디한 공간으로 바뀌는 중인데 그중 세컨드 드래프트는 홍콩 젊은이가 많이 찾는 곳으로 뜨고 있다. 레스토랑과 펍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가스트로펍을 콘셉트로 한 이 식당에선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손님에게 추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조금만 취기가 오르면 식당 손님 모두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스페니시 크로켓, 프라이드 치킨, 마포 부라타 등 맥주 안주로 딱인 음식이 유명하다.

루프톱 레스토랑 ‘시푸드룸’에서는 세계 각지의 해산물 요리는 물론 다양한 칵테일과 디저트로 최근 홍콩 젊은층에게 뜨고 있는 곳이다.
마천루의 도시답게 고층빌딩 위에 영업하는 옥상 바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격은 제각각이지만 한국과 큰 차이는 없다. 연인과 함께 왔다면 향초 가득한 야외 바에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며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는 정취가 각별하다. 코즈웨이베이의 뉴월드센터 옆에 들어선 타워535의 26층에 루프톱 레스토랑인 ‘시푸드룸’이 새롭게 문을 열어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의 생선찜, 일본의 생선회, 지중해의 구이요리까지 세계 각지의 해산물요리를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홍콩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 라운지와 창가 자리는 서둘러 예약해야만 잡을 수 있는 명당이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질, 민트, 라벤더 등의 허브를 화분에서 바로 따서 잔 위에 올려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알고 보니 요즘 홍콩에서 뜨고 있는 트렌드란다.

완차이 역 인근의 캄스로스트구이는 거위구이 전문점이다. 인기 메뉴인 거위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단연 일품이다.
완차이는 홍콩섬의 번잡한 상업지구 가운데 하나다. 현대적인 고층건물로 뒤덮인 센트럴과 코즈웨이 베이 중간에 끼여 있어 홍콩 특유의 지역색이 진하게 배어 있다. 크고 작은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완차이역에서 3분거리에 있는 ‘캄스 로스트구스’는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거위구이 전문점이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 그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거위 로스트가 이곳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따끈따끈한 차가 먼저 나오고 연이어 거위 로스트가 테이블에 올라오는데 야들야들하게 찢어지는 거위 속살과 쫄깃쫄깃한 특유의 식감은 단연 일품.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고기를 미리 준비해두고 있어 테이블 회전은 빠른 편이다. 덕분에 줄이 길어도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된다. 좁은 테이블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적응이 쉽지 않지만 거위요리를 먹다 보면 소음쯤은 금세 잊힌다.

◇ 미식가 입맛 사로잡은 ‘성완·삼수이포’

성완 일대와 삼수이포는 길거리 음식은 물론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음식점 등 다양한 먹거리로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성완 일대는 홍콩여행의 백미다. 갤러리와 먹거리의 천국인 소호와 식지 않는 젊음의 거리 란콰이풍, 홍콩의 얼굴로 통하는 빅토리아파크 등이 이곳에 몰려 있어서다.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유서깊은 맛집도 많다. 정통 홍콩식 국수를 만나려면 소호거리의 ‘카우키’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국수요리 전문점이다. 역사가 무려 90년에 달한다. 배우 양조위가 즐겨 찾는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카우키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는 정통 광동식쌀국수다. 갈빗살과 쇠심줄을 각종 한약재에 푹 고아 우린 진한 육수에 면을 삶았다. 부드러운 쌀국수 면발에 큼지막한 쇠고기를 듬뿍 올려 주는데 깊고 진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대체로 기름기가 많은 메뉴가 많아 탄산음료를 함께 주문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글메뉴판도 있다. 쇠고기국수와 카레국수가 유명하다.

홍콩 유명배우인 양조위가 즐겨찾는다는 ‘카우끼’의 인기 메뉴인 정통 광동식쌀국수. 갈빗살과 쇠심줄을 각종 한약재에 푹 고아 우린 진한 육수에 면을 삶았다
카우키 바로 건너편에 자리한 노천식당 ‘싱흥유엔’은 새콤한 토마토국수가 별미다. 좁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다소 허름해 보이지만 토마토국수와 프렌치토스트, 허니레몬번 등으로 누리꾼의 입을 탄 길거리음식점이다. 55년 넘은 식당에는 35석 정도밖에 없어 문을 열자마자 금세 만석이 되고 긴 줄이 생긴다. 이곳의 인기비결은 단연 토마토국수다. 국수와 토마토, 다소 생소한 조합이 색다른 맛을 창조해 세계인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국수를 먹었다면 입가심으로 프렌치토스트나 허니레몬번과 함께 사이다를 마시는 게 이곳만의 조합이다.

길을 나서면 홍콩의 대표 길거리음식인 ‘까이단자이’가 기다리고 있다. 홍콩식 계란빵으로 홍떠우 빙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속에 단팥은 없다. 울퉁불퉁한 모양 사이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침사추이와 몽콕 등지에 있다.

삼수이포역 인근도 길거리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비교적 관광객에게는 덜 알려졌는데 거대한 전자상가이자 만물상가가 배경이라서다. 상점과 노점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그중 한 장면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장사를 하는 상인들. 고온다습한 기온이 만든 볼거리다. 즉석에서 잡아주는 오리·생선·열대과일을 풍성하게 쌓아 둔 음료수가게가 늘어서 더운 걸음이 지치지 않는 이색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 여행메모

홍콩 여행지도
△여행팁=진정한 미식가라면 이달 말 홍콩을 방문해야 한다. 올해로 8회째 맞는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27~30일)이 열리기 때문이다.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400여개의 와인·푸드부스가 참가한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그랜드 파빌리온’. 그랜드패스를 구매한 고객에게만 선보이는 그랜드 파빌리온의 ‘그랜드 데이팅 부스’에서 최고급 와인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다. 또 ‘스타 애비뉴 푸드 부스’에서는 유명 셰프와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의 대표음식도 맛볼 수 있다.

△놓쳐선 안 될 음식=핫팟은 중국식 샤부샤부. 현지에서는 ‘훠궈’라고 부른다. 육수를 끓인 뒤 얇게 썬 쇠고기와 각종 채소, 어묵 등을 넣고 익혀 먹는다. 홍콩인이 주로 먹는 간식 중 하나로 밀크티와 프렌치토스트도 있다. 허기가 찾아오는 오후 홍콩의 레스토랑을 찾으면 이를 즐기는 현지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에 달걀크림을 첨가해 만든 음식으로 아침이나 후식으로 즐겨 먹는다. 부드럽게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외에 망고푸딩, 완탕면, 탄탄면, 잇랫록뽕우경, 카레위단, 뽀로바오, 해물콘지 등 놓치면 후회할 음식이 지천이다.

△잠잘곳=홍콩섬 침사추이의 로열가든. 본래 4성급 호텔이었으나 리노베이션을 통해 특급호텔의 시설을 갖췄다. 총 417개의 객실과 루프톱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시푸드룸레스토랑의 야와테라스
시푸드룸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