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성 확대로 4대 중증질환 등 비급여 치료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확대돼 지출규모가 커지면서 ‘저출산·고령화→생산가능인구 감소→건보료 수입 감소·노인 의료비 증가→건보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이 내년 말 종료되면 현재 20조원이 쌓인 건보 곳간이 2~3년 이내에 텅 비게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노인 진료비에 대한 국고 지원을 강화하고, 소득 위주로 건보료 부과기준을 변경해 건보 재정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12% 노인이 전체 진료비 37% 써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1조 3615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 64억원(10.4%)이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6.8%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22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1만 8000명(3.6%)이 늘었다.
노인 진료비는 △2010년 13조 7847억원(31.6%) △2011년 14조 8384억원(32.2%) △2012년 16조 382억원(33.3%) △2013년 17조 5283억원(34.5%) △2014년 19조 3551억원(35.5%) △2015년 21조 361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0세 이상 진료비는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6조 2326억원으로 건강보험 진료비의 28%를 차지했다. 이들의 1인당 진료비는 392만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평균 진료비의 3.4배나 된다.
통계청은 오는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84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치는 100만여명이 더 많은 1191만명이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얘기다.
건보료를 부담하는 젊은 층은 줄어들고 진료비 부담이 큰 노년층은 늘어남에 따라 건보 재정 또한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노인 의료비 비중은 오는 2020년에 전체의료비의 45.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반해 급속한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보험재정을 부담할 계층이 감소해 사회적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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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와 국민건강증진법 제2항에서는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국고지원금 14%·담배부담금 6%)를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 보험료 수입대비 정부지원금 규모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현행 정부지원 기준으로 바뀐 첫 해인 지난 2007년 정부 지원금 규모는 당해연도 실제 보험료 수입의 16.9%(3조 6718억원)에 불과했다. 이어 △2009년 17.9%(4조 6828억원) △2011년 15.3%(5조 283억원) △2013년 14.9%(5조 7994억원) △2015년 16.0%(7조 9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정부 지원금 비율은 실제 보험료 수입대비 평균 15.8%에 그쳤다. 정부가 지급을 미룬 지원금은 12조 3057억원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보료 국고지원률 20%는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가 예산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그에 맞춰서 지원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이 종료하는 2017년 이후 추가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실정이다. 건보공단 내에서는 건보료 인상없이 재정지원이 중단될 경우 빠르면 2년안에 건보재정이 수년만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표균 건보노조 위원장은 “정부 국고 지원금이 없어질 경우 건보 재정은 적자가 발생해 2년 만에 고갈될 수 있다”며 “현재 소득대비 6%대인 건보료를 2018년에는 17.67%선으로 인상해야 현재의 균형수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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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6~2020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내년 건보료 당기수지는 2373억원으로 올해 보다 2조 5000억원 이상이 줄어든다.
이어 2018년에는 4777억원, 2019년 -1조 1898억원을 적자전환하고, 2020년에는 -2조 84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건보재정 국고지원이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2018년 이후 건강보험 국고 지원률을 12.6%(2013~2015년 평균 보험료 수입 대비 지원비율)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건보재정 적자를 앞당기는 원인 중 하나가 보장강화 정책이다. 지난 2014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3.2%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건보공단은 오는 2018년까지 27조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68%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건보 국고지원을 대폭 늘리고 재정을 탄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현재 건보재정이 흑자라고 하지만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건보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일본 등과 같이 국고 지원을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거나 미국 메디케어와 같은 공보험으로 노인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노인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에게 건보료 부담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자들에게 건보료를 더 걷히는 방식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 상한액을 더욱 올리거나 자산이 많은 세대를 소득 위주로 재분배해 건보료를 더 걷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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