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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서지 않고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단지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정비사업조합들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디 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당초 3.3㎡당 4457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정부 규제에 직격탄을 맞으며 4310만원으로 낮춰 분양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성을 위해서는 분양가를 낮춰 공급하는 게 좋지만 조합은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조율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크로 리버뷰’ 3.3㎡당 4500만원 돌파할까
업계에 따르면 이달과 다음 달 서초구에서 분양예정인 주요 아파트 단지는 ‘아크로 리버뷰’·‘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방배아트자이’ 총 3곳이다. 대림산업은 이달 말 서울 서초구 잠원동 64-8번지에 있는 신반포5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아크로 리버뷰를 분양할 예정이다. 아크로 리버뷰는 지하 2층~지상 35층 5개동 총 595가구(전용면적 59~84㎡) 규모이며 이중 41가구(전용 78·84㎡)를 일반분양한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200만~4300만원선에서 논의가 오갔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한강변에 붙어있는 데다 입지여건이 뛰어나 최고가(3.3㎡당 4500만원 이상) 경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신반포5차주택재건축조합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 분양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정필 아크로 리버뷰 분양소장은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은 넘겠지만 조합과 조율해 적정선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잠원동 52번지에 짓는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잠원 한신 18·24차 통합 재건축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32층 6개동 475가구(전용 49~132㎡)로 구성되며 146가구(전용 59·84㎡)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아크로 리버뷰와 비슷한 조건의 입지를 자랑하는 이 단지 역시 분양가 책정 작업이 길어지면서 분양 일정을 당초 이달에서 다음 달로 미뤘다는 게 삼성물산 설명이다. 신반포 18·24차 통합재건축조합은 “내부에서도 분양가 책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다음 달 서초구 방배동 992-1번지 일원의 방배3구역 단독주택 단지를 재건축한 ‘방배아트자이’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14층 아파트 5개동 353가구(전용 59~128㎡) 중 9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추석 연휴 이후 범강남권인 강동구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단지가 이달 말 강동구 고덕동에서 분양하는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이다. 이 단지 역시 인근 강남·서초·송파구의 고분양가 열기와 개발호재 등으로 강동구 내 최고 분양가를 경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0년 1790만원, 2012년 1878만원, 2014년 1919만원, 올해 2312만원(이달 기준)으로 계속 올랐다. 하지만 강동구에서는 아직까지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을 돌파한 적이 없다. 강동구에서 최고 분양가 경신을 기대하는 단지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짓는 고덕 그라시움이다. 기존 2771가구에서 4932가구(일반분양 2010가구)로 탈바꿈하는 이 단지는 개발 호재를 안고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 인접해 있고, 향후 지하철9호선 4단계 연장선이 개통(2025년 예정)되면 교통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로 인해 강남·서초 일대 아파트 투자자들이 강동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이 자치구 내 최고 분양가 경신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은 “평균 분양가를 3.3㎡당 2338만원 수준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분양된 단지들보다는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지난 7월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삼익그린맨션 1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2300만원대였다. 그러나 고덕 그라시움 역시 고분양가를 형성하면 정부의 제재를 당할 수 있어 조합과 시공사 측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낮춰지면 청약 경쟁과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 정부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가가 싸지면 실수요 외 자금력이 있는 투자수요도 몰려 청약 과열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