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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일호 부총리도 우려 표명한 김영란법

논설 위원I 2016.07.25 06:00:00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정말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그 영향력이 농·축·수산업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운용의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 일반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초유의 법률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잉규제 철폐촉구 농수산인 기자회견’이 지난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은 대상에서 제외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란법의 당위성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릇된 기업 접대문화를 바로 잡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가 10조원으로, 최근 8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지출된 금액도 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국세청이 집계한 규모가 이렇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흥청망청 뿌리는 접대비로 경제가 굴러간다면 올바른 행태는 아니다.

이 법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식사접대의 상한액을 3만원으로 설정한 것이 그런 취지다.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국민권익위도 최근 이러한 내용의 시행령안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관련업계에서 반발하는 한우와 화훼 등 특정 품목에도 예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법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공직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빠져 버렸고 언론과 교육 영역이 공공성을 지닌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 분야가 제외된 것과도 형평성이 어긋난다.

최근 공직사회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듯이 갈수록 은밀해지는 공직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나 후유증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결국 마지막 남은 관문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여부다.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헌재 결정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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