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키워드]힘겹게 알리는 인플레이션 반등신호

이정훈 기자I 2016.02.03 07:32:21

원자재지수-구리값 등 지난달 중순 이후 반등 시도중
TIPS ETF 가격도 상승세…달러강세 지속여부가 변수

블룸버그 원자재지수와 구리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 재인용, 단위:온스당 달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또다시 국제유가를 따라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다만 이를 두고 유가 급락세가 재연됐다고 보긴 힘들다. 러시아발(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감산) 전망이 나왔을 때부터 섣부른 기대가 유가를 끌어 올렸고, 현실적으로 감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에 그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는 정도니 말이다. (☞ [증시키워드]유가 랠리가 못 미더운 까닭 참고)

오히려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내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도하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원자재가격 지표인 블룸버그 원자재지수(Commodity Index)는 지난달 20일에 72.8759를 기록하며 73선 아래로 내려간 뒤 꾸준한 반등세를 타고 있다.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전세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22종류의 원자재 가격을 종합해서 산정된다.

실제 개별 원자재만 봐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수급이 꼬여버린 원유를 제외하고는 금(金)과 구리 등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값은 지난달 11일 온스당 200달러선까지 깨지는 약세흐름을 보였지만, 현재 205선까지 반등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Ishare TIPS 본드 ETF 가격 추이 (블룸버그 데이터 인용)


아울러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와 국채 물가연동국채(TIPS)에 집중 투자하면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아이쉐어(Ishare) 바클레이즈 TIPS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지난달 중순 110선 아래로 내려간 뒤 의미있는 회복세를 타고 있다. 이 덕분에 이 ETF 가격은 최근 1년간의 추세선 상단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반등을 예견하긴 어렵다. 유가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비중이 큰 미국내 임금 인상도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한 탓에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낮게 머물 것”이라고 점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 인플레이션 반등을 노리는 그린슈트(Green Shoot·겨울에 언 땅을 뚫고 봄에 새싹이 돋아나듯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되는 조짐)가 머지 않아 확인될 수 있다는 기대마저 완전히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위험자산 선호가 서서히 살아난다면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가 꺾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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