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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②현대차그룹, 바뀐 것 없는 글로비스…엠코·ENG 주목

박수익 기자I 2016.01.29 06:10:00

원샷법 수혜보다는 어차피 성장해야할 회사
상법상 '역삼각합병'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현대건설·엠코·로템 중복사업부는 원샷법 가능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 22일 현대글로비스(086280) 주가는 6.7% 급등했다. 여야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을 합의처리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다.

이처럼 현대글로비스를 원샷법 수혜기업으로 꼽은 시장심리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지분이 많다는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는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 같은 핵심 회사와 합병할 것이고 이를 위해 지금보다 덩치를 더 키워야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 상승에 도움될 것이라는 논리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SDS(018260)가 원샷법 수혜주로 거론된 것과 같은 이유지만, 삼성SDS처럼 글로비스도 원샷법과 곧장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원샷법 수혜보다는 원래 커져야할 회사

원샷법은 조선·철강·화학 같은 공급과잉업종의 사업재편이 목적이다. 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구체적인 생산성·재무건전성 향상 계획을 담은 사업재편계획을 작성,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과정에서 경영권승계나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없던 일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당장 원샷법을 활용, 글로비스를 어딘가에 붙이거나 따로 떼어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글로비스가 공급과잉업종으로 꼽히는 해상운송업체이긴 하나 현대·기아차 등 모회사의 물량을 받는 곳이라는 점이 다른 해운사와 차이점이다. 그렇다고 글로비스가 성장을 멈출 것도 아니다. 글로비스는 작년까지 해상으로 운송하는 현대·기아차 완성차 물량의 40%를 담당했지만 올해부터는 유코카캐리어스 물량 일부를 맡아 50%를 담당한다. 글로비스가 국내외 물류업체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그룹 물량 외에 새로운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글로비스가 원샷법 수혜를 입어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글로비스는 어떻게든 커져야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자산 중 40%가 글로비스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역삼각합병’ 형태로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지분으로 교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를 물적분할한 후, 분할한 자회사와 글로비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에게 모비스 지분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이때 분할한 자회사가 존속법인이면 삼각합병, 글로비스가 존속법인이면 역삼각합병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비스가 모비스와 1:1 합병하면 오너 지분율 하락도 크고 주주총회 통과여부도 불투명하다”며 “역삼각합병시 오너일가는 글로비스 지분가액만큼 모비스 지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연계성을 고려하면 글로비스가 현대차에서 100% 물적분할된 자회사와 합병하는 것도 가능하다.

역삼각합병은 애초 원샷법에도 포함됐지만 오는 3월 시행하는 개정상법에 먼저 반영되면서 중복된다는 이유로 빠진 항목이다. 적용범위가 다소 애매한 원샷법보다는 범위 제한을 두지 않는 상법이 현대차그룹의 운신의 폭을 넓힌다. 다만 지난해 글로비스 지분 일부 매각을 하면서 향후 2년간 지분을 팔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3월부터 상법 개정으로 허용되는 역삼각합병의 일반적인 흐름도. 이 그림에서 모회사 A사를 현대모비스(또는 현대차), T사를 현대글로비스로 각각 가정. 역삼각합병시 현대글로비스 대주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주주가 되며, 글로비스는 모비스의 자회사로 남게된다.(자료: 국회)


◇원샷법 관련 건설·엔지니어링·엠코 주목

원삿법과 연계해 현대차그룹에서 주목할 수 있는 곳은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064350)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104년 4월 현대엠코와 합병, 기존의 화공플랜트와 함께 건축·주택까지 확장하면서 현대건설과 사업 중복범위가 넓어졌다. 현대로템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주도로 통합·설립된 철도차량회사이지만, 현대차계열 편입후 현대모비스로부터 인수한 플랜트 사업도 가지고 있다. 플랜트 매출 비중은 20% 선이다.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은 현대차가 최대주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최대주주다. 주주구성을 감안하면 중복 운용할 필요없는 일부 사업부를 떼어내 합치는 방안을 마련할 경우 원샷법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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