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연말을 앞둔 직장인 김 모씨는 야근에 잦은 회식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주말 이사를 앞두고 짐 정리할 시간은커녕 주택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은행을 방문할 여유조차 없다. 드디어 주말, 짐 정리는 포장이사업체에 맡기고 동네 무인점포를 찾았다. 은행 창구 업무의 90%를 처리할 수 있는 무인점포는 현금인출기보다 크기가 크고 업무 기능도 많다. 휴대폰만 들고 무인점포로 간 김 씨는 손바닥 정맥인식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인터넷뱅킹 이체 한도를 최 대액으로 늘렸다. 이후 집주인에게 주택 전세보증금을 이체했다. 내친김에 퇴직연금에도 가입하고 체크카드도 재발급 받았다. 밤 11시 동네 무인점포에서 잃어버렸던 은행 OTP카드를 재발급 받기도 했다.
스마트뱅킹 확산이 은행 점포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평일 영업시간에 맞춰 찾아가느라 점심을 거르고 긴 줄을 기다리는 풍경은 사라졌다. 이달 초 신한은행이 출시한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는 은행 점포 이용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OTP카드·체크카드·입출금 계좌 개설·100만원 초과 무통장·해외송금 등 107가지 업무를 할 수 있다. 은행 직원 도움이 필요하면 스크린을 통해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영업시간에 구애도 받지 않는다. ATM처럼 오전 7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앞으로는 365일, 24시간 업무를 볼 수 있다. 아직 신용대출 등의 업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신용대출도 무인점포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무인점포 시대’ 신분증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기존의 신분증, 도장 등은 필요가 없어도 휴대폰은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은 체크하지 않아도 되지만 휴대폰 배터리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ARS나 인증번호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수단이 강화돼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낭패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면 반드시 개인 정보도 변경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이 보다 확산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실시되는 비대면 실명 확인이 정착되면 은행은 단순 업무를 점차 스마트 점포로 대체하고, 창구에서는 심층적인 고객 상담과 자문 업무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