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의 형태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절대 반지’를 끼워주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사태와 같은 대형 사고가 터져도, 경제 위기로 청년 취업이 어려워져도 대통령만 바라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튜브에 출연해 온갖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미국이 대통령제 국가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부분 말로가 좋지 못했습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의 법학자 액튼 경(Lord Acton)의 격언처럼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로에 큰 흠결이 된 사건. ‘최규선 게이트’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원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최규선씨가 김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를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건데요,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혐의를 지적하게 되면서 지난한 법적공방이 이어지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유아이에너지의 분식회계 혐의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지난 2007년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동식 발전 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합니다. 쿠르드 정부는 유아이에너지에 공사대금과 계약금을 지급했지만, 유아이에너지는 이를 아직 회수하지 않은 채권, 즉 매출채권으로 회계처리했습니다. 이미 돈을 받았음에도 돈을 받지 않은 채권으로 처리해 놓았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을 받지 않은 것처럼 허위로 기록한 것은 최씨가 이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당시 이 같은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에 대해 유아이에너지와 삼일회계법인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금융당국도 이의 제기를 일부 받아들였으니 관련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한 가지 분식회계 혐의점은 유아이에너지와 쿠르드 정부가 맺은 병원(도훅병원) 건설 관련 계약에서 있었습니다. 공사 계약금을 받아놓고 회계장부에는 이 계약금을 원래 받은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선수금(서비스나 상품의 대가를 나눠 받기로 했을 때 먼저 받은 금액)으로 써놓았다는 겁니다. 예컨대 계약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는데 회계장부엔 20만원으로 적어놓은 셈입니다. 나머지 80만원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 돈도 최씨가 횡령했으리라고 의심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이 제기한 의혹입니다.
이달 15일 대법원도 증권선물위원회가 유아이에너지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한 조치라고 인정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재반론도 있습니다. 최씨는 횡령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 단지 회계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실수에 불과했다고 해명합니다.
한 때 정권을 흔들었던 ‘최규선 게이트’는 어떻게 귀결될까요. 분식회계 기업과 얽혀 대통령마저도 큰 상처를 입은 사건이었을까요? 아니면 정권을 흔들기 위한 누군가로부터 한 기업인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일일까요. 진실은 한 톨의 의심도 없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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