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도수 1도의 '눈물'

이승현 기자I 2014.02.20 08:13:39

소비층 확대, 소폭문화 대응 위해 저도주 선택
알코올 도수 내리되 맛·향 지키는 것이 관건
소주 1도 낮추면 1병당 10원 원가절감 효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소주시장에 다시 저도주 열풍이 불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17일 알코올 도수를 19도에서 18도로 낮춘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순한 소주 전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000080) 역시 ‘참이슬’의 도수를 18도대로 낮추기로해 저도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주업체들의 도수 내리기는 지난 1998년 23도 참이슬이 출시되면서 시작됐다. 20여년 동안 이어진 ‘소주는 25도’라는 공식을 깨뜨린 것이다. 이후 1999년 22도 뉴그린, 2004년 21도 참이슬, 2006년 20도 처음처럼, 2007년 19.5도 처음처럼, 2012년 19도 참이슬로 꾸준히 알코올 도수를 내려왔다.

롯데주류의 18도 처음처럼.
술 문화가 다양화해지고 독한 술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주 시장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기존 소비자들이 더 많이 소주를 마시지 않으니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바로 ‘여성’이었다. 마침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면서 음주를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소주업체들은 이들을 위한 순한 술을 내놨다. 여성뿐 아니라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순한 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저도주 현상은 대세가 됐다.

그렇다고 소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 시장 창출로 기존의 감소폭을 만회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연도별 출고실적을 보면 2010년 122만㎘, 2011년 122㎘, 2012년 128㎘를 기록했다. 정체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최근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문화’가 우리 음주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역시 소주의 저도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폭을 마시면 보통 소주 1병에 맥주를 3~4병 마시게 된다. 그만큼 소주는 손해를 보는 게 사실”이라며 “소주업체 입장에서는 저도 소주로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주를 순하게 만들면 소주 자체를 즐기는 소비자를 늘릴 수도 있고, 소폭을 만들 때 소주의 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저도주를 선호한다고 해서 마냥 도수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하이트진로는 15.5도 소주 ‘즐겨찾기’를 내놨다가 실패했다. 도수를 너무 낮추다 보니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 주당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소주업체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도수를 내리되 맛과 향의 변화를 최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처음처럼이 2007년 7월 19.5도 이후 6년7개월만에 18도로 낮춘 것에도 이런 고민이 숨어 있다. 소비자들에게 저도소주 시장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심으려면 파격적으로 도수를 낮춰야 하는데, 그렇다고 맛과 향이 달라지면 안 된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18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여러번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18도까지 내려도 기존 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16.5~17도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롯데주류 측의 의견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18도 이하로 내려가긴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에 내놓을 소주 도수도 18도가 아닌 18.5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알코올 도수를 내리면 소주 원가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소주는 희석식 술이다. 말 그대로 알코올(주정)을 물에 희석시켰다. 원가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소주업체들은 매년 매출의 20% 정도를 주정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주정 가격이 2012년과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1년 ℓ당 1500.86원에 구매하던 주정을 2012년에는 1540.45원, 2013년에는 1591.52원에 구매했다. 2년 새 6%가 인상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때문에 도수를 내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도수를 1도 내리면 병당 10원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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