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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이 오히려 득?..카드·신용평가社 '아이러니'

나원식 기자I 2014.01.20 08:12:44

기존가입자·NICE평가정보 제공 서비스 무료화 어려워
"KCB '1년 무료' 서비스..오히려 경쟁업체 견제 효과" 주장도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사실 이럴 때일수록 신용 정보보호 서비스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여론이 안 좋아서 신규 판매를 자제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긴 어렵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신용정보보호 서비스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카드사들은 유료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란 신용조회 등 각종 신용정보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즉각 당사자에게 알려줘 명의도용과 금융사기 등을 막아주는 상품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KCB 서비스가 무료인데 누가 굳이 새로 가입하겠냐”면서도 “다만 기존 회원의 경우 취소하지 않는 한 서비스가 유지되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해당 상품을 텔레마케팅 업체를 활용해 팔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 등의 비용이 든다. 또 신용평가사와의 제휴상품이어서 무료 제공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유는 앞서 카드사들과 KCB가 정보 유출로 인한 고객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신용정보보호 서비스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방지 서비스를 해왔던 업체가 ‘사고 당사자’라는 아이러니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카드를 발급받거나 카드번호를 이용해 의심스러운 결제를 할 경우 이를 알려줄 업체는 이들 뿐이다.

KCB가 무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KCB의 선택으로 경쟁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카드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경우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를 포함해 5~6곳의 카드사는 나이스평가정보와 제휴를 맺고 해당 상품을 판매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나이스평가정보의 경우 해당 서비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당사자가 아닌데 강요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의 경우 “사실 KCB가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하면서 경쟁사인 나이스평가정보가 피해를 입게 됐다”며 “경쟁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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