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이 국가채무로 이어져 미래세대에게 세(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우리나라 재정수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 정부는 낙관적 전망에 기초해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적자에 따른 부담을 다음 정부로 미루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래의 젊은 세대는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과거 세대의 국가채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재정적자누적→국가채무증가→이자부담증가→재정적자확대’의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경우, 한국경제의 재정위기 가능성은 물론 미래 세대의 세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수지 특성을 재정수입 측면에서 살펴보면,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국세수입 증가세도 약화되고 있다. 명목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세수입은 약 2조3000억원(1.072%포인트)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3.8%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대에 머물 전망이다.
비과세·감면도 국세수입을 줄이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이 2000~2013년 연 7.1% 증가해 13조3000억원에서 30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도 4조8000억원의 세수확충을 계획했으나,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으로 4578억원에 그쳤다.
재정지출 측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소득 양극화 등으로 정부의 복지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고용분야의 지출이 2007년 61조4000억원에서 2012년 92조6000억원으로 연 8.6% 증가했다. 2013~2017년에도 99조3000억원에서 127조5000억원으로 연 6.4%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잠재력 확충 및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무지출 증가율이 2007~2012년 연 8.3% 증가하는 등 탄력적인 재정운용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 23조4000억원에 이어 2014년에도 25조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재정을 편성했으며, 2017년까지 재정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매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낙관적으로 편성하고, 균형재정 달성을 관행적으로 다음 정부로 떠넘기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래의 젊은 세대는 고령인구 부양뿐 아니라 과거 세대의 국가채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세금과 복지에 대해 ‘저세금-저복지’로 갈 것인지, ‘고세금-고복지’로 갈 것인지 국가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대타협위원회’ 설치·운영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비과세·감면을 대폭 정비하되 정책목적상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재정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의무지출을 새로 도입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대책이나 다른 의무지출 축소방안을 강제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법제화해 의무지출 증가폭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재정정책에서 성장잠재력 확충 및 복지확대를 균형 있게 운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의 허용치를 규정한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정부가 임기 내에 재정균형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