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먹거리 안전 없이 'K-푸드' 열풍은 요원

장영은 기자I 2013.08.05 08:25:3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식품 한류, 이른바 ‘K(Korea)-푸드’ 열풍이 심상치 않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뿐 아니라 멀리는 미국, 유럽까지 우리 식품들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태국에서는 양반김이, 미국에서는 신라면과 소주가, 러시아에선 꽃게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최근 취재차 홍콩에 갔을 때도 이러한 식품 한류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세계 각지의 식품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홍콩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는 당연 최고였다. 목 좋은 진열대에는 한국 식품이 놓여 있었고, 라면·양념장·과자 등 한국 식품만 따로 파는 ‘한국식품관’ 코너도 눈에 띄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 위해선 시내 중심의 대형마트나 한인 가게를 가야 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한국 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홍콩 대형마트에 국내 식품을 공급하는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K-푸드 열풍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하나는 대중문화를 앞세운 한류 열풍이고 또 하나는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각 종 규제와 성장동력이 한계에 다다른 우리 식품 기업엔 천금 같은 기회다. 어깨가 으쓱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선다. 공업용 쇠고기 기름을 쓴 라면이나 쓰레기 단무지를 넣은 만두 등 지난 수십 년간 끊이지 않고 논란이 된 식품 안전에 대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K-푸드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에 있어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K-푸드 열풍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덧씌워진 이미지와 다소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자만하면 안 된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과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 유해하거나 불결한 식품은 어떤 이유로든 비난과 외면의 대상이 될 뿐이다.

우리 식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란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지금은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자칫 한 기업의 잘못이나 실수가 한국 식품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조급함보다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 갈 긴 여정을 앞두고 다시 한번 신발끈을 다잡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