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박종오 기자]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 대부분을 걷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적으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다 해줬다는 것이다. 주춤했던 리모델링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방식으로는 사실상 리모델링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단지들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다시 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리모델링 활성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리모델링 역시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현 부동산 경기를 고려할 때 리모델링한 아파트가 얼마나 일반 수요자에 먹힐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지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 희비가 엇갈린 것이란 분석이다.
◇가구수 15%↑…분담금 1억 줄어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은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도 총 가구수의 10% 범위 안에서 가구수 증가와 일반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남는 땅에 건물을 올려 가구수를 늘리는 별동증축만 허용하고 있다. 노후아파트 특성상 단지 내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별동증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도 별동증축을 한 사례는 전무하다. 시장에서 수직증축을 요구했던 것도 기존 건물 위로 집을 짓지 않는 이상 가구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15층 이상 건물은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가구수도 총 가구수의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사업성을 좋게 해줘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실제 사업성이 대폭 개선돼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령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 개포동의 대치2단지의 경우 가구수가 15% 늘어나면 조합원 평균 분담금이 1억원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753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최대 263가구(15%)를 추가로 지어 일반에 분양할 수 있다.
이 단지 조합에 따르면 일반분양 없이 리모델링을 하면 조합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평균 분담금은 1억4100만원. 그러나 가구수를 10% 늘려 일반분양하면 조합원 개인 평균 분담금은 7500만원까지 50%가량 낮출 수 있다. 가구수를 15% 늘리면 이 비용은 3800만원으로 내려가 초기 분담금보다 1억원 가까이 아낄 수 있다. 전학수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장은 “세부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번 조치로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따라 희비…‘사업 길어질 수도’
리모델링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당장 리모델링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분당, 강남 등 입지가 뛰어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사업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일반 분양시장도 고전하는 상황에서 입지가 좋지 못한 리모델링 아파트가 수요자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조치에 따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1기 신도시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분당 등은 기대감이 크지만 평촌, 산본 등 다른 지역은 눈에 띠는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안인수 대표는 “이 지역은 입지가 뛰어난 데다 대안 역시 리모델링밖에 없어 이번 조치가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평촌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4.1대책 때도 수직증축 얘기가 나왔지만 전혀 영향이 없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모델링 기대감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직증축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회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정부는 개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 시행 후 조합이 설립되면 빨라야 2015년께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전에 조합이 설립됐다고 해도 정부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사업진행 절차를 더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될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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