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혜리 기자] 애플의 탈세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등 미국 대기업들이 해외 자회사 숫자를 축소해 신고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페덱스,오라클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한 수 백개 자회사들을 숨기고 공식 보고하지 않았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은 지난 2009년 연차보고서에서 버뮤다, 홍콩, 네덜란드령 앤틸리스제도와 같은 조세피난처 등 해외에 만든 자회사 100개 이상을 공개했지만 3년뒤인 2012년 연차보고서에서는 아일랜드에 2개 자회사만 있다고 밝혀 의혹을 사고 있다.
소프트업체 오라클도 지난 2010년 보고서에서 자회사가 400개라고 공개했지만 2년뒤인 2012년에는 아일랜드에 5개 자회사를 포함해 모두 8개라고 축소 신고했다. 탈세 의혹을 계속 받아온 MS는 한 때 100개가 넘는 자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2012년에는 자회사가 11개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해외자회사 축소 신고는 IT 업체들 뿐 만이 아니다. 배송 전문업체 페덱스는 지난 2008년 150개 자회사를 신고했지만 일년 뒤에는 23개 자회사만 남았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자회사를 두는 것은 사업적인 부분도 있지만 세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 세금 규정상 기업이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수익에 대해 매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최근 대기업 탈세가 도마위에 오르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규정을 내세워 자회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SEC는 미국 기업들에게 영업을 실제로 하고 있는 자회사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러한 SEC 규정을 악용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네스터 SEC 대변인은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실적이나 재무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