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1등기업]②1등 하이트의 추락..왜?

김도년 기자I 2012.06.08 08:46:33

"진로 인수 후 후유증,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마케팅 전략도 실패..맥스,D 신제품 시장서 외면"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술에 취한 채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후배들의 전화를 자주 받아요. 도무지 위아래가 소통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000080)를 그만 둔 한 고위 임원의 말이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뒤 양사 간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의 단면이다.

주류업계, 하이트진로 내부관계자,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이트진로에 대한 후한 평가를 듣기 어렵다. 무리한 인수 후 합병(PMI·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이 인사, 재무, 마케팅, 기업문화, 상품설계 등 모든 면에서 위기를 낳고 있고 이것이 15년 동안 지켜 온 1등의 위치를 빼앗긴 근본적 이유란 설명이다.
 
업계 1위란 `매너리즘`에 빠진 하이트진로는 경영진과 직원들간 소통부재를 낳으며 추락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류업계 한 전문가는 "하이트가 내놓은 `맥스`와 `드라이피니시 D` 등 신제품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고 재무적 압박도 심한데다 진로 인수 이후 양사 간 이질적인 문화를 융화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수합병 이후의 후유증이 `화근`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재상장한 진로의 주가는 풋옵션(Put Option)을 행사한 재무적투자자(FI)의 보장가격보다 크게 낮은 수준(공모가 4만1000원, FI 보장가격은 주당 5만5000~6만1000원 수준)에서 형성됐다. 이 때문에 차입금 부담도 늘었다. `점유율 하락→주가 하락→재무 상황 악화→제품·영업 투자 미흡→점유율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런 위기 국면은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도 이어진다. 재무상황 악화로 영업력이 약화되면서 현장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어렵게 됐고 신제품을 출시해도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2010년에 출시된 `드라이피니시 D`는 여전히 시장점유율 2~3% 대에 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가 현재로선 다시 1등으로 올라서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떨어지는 점유율의 속도를 늦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에 대응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맥주시장의 경우 대략 10년을 주기로 브랜드 전환이 이뤄지는데 `하이트맥주` 이후 후속 제품이 모두 실패하면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하이트진로는 마케팅 전략의 실패로 요약된다"며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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