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증시 격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상승은 불과 같고 하락은 물과 같다"
불이 한번 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것 같지만 결국 꺼진다. 그러나 물은 한번 쏟아진 후 흐름을 막지 못하면 바닥에 이를 때까지 계속 흐른다. 시장이 급락할 때에는,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요즘 원화값 추락하는 모습이 꼭 물 흐르는 것과 같다.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한때 1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달러-원 환율은 윗쪽만 바라봤다.
물론 증시 반등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 그동안 줄기차게 떨어졌던 것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래도 오랫만에 반짝 상승했고, 원화도 여기에 동조해줄만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환율은 기어이 10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밤사이 뉴욕과 유럽 증시도 랠리를 보였다. 특히 뉴욕 증시는 폭등해 다우지수는 90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어떤 호재가 있었다기 보다 너무 싸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 증시가 상승한 것과 같은 이유다.
기술적 반등, 혹은 저가 매수세는 일시적이다. 추세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동안 증시를 나락으로 이끌었던 글로벌 `R`의 공포가 여전하다. 간밤 나온 지표들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사상 최악을 기록한 미국의 소비심리나 7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미국 집값, 6년만에 최저로 내려앉은 해운 물동량 지수가 위축되고 있는 경기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제로금리를 고수해 더 이상 뒤로 후퇴할 공간도 없는 일본마저도 그나마 0.5%인 정책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어렵긴 한가 보다.
이제 월말이고, 전통적으로 월말이면 나오던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대기중이다. 최근 월말 트렌드는 결제수요 우위지만, 네고물량이 한동안 뜸했던 데다 고점인식이 높아진 만큼 어느정도 달러 공급을 기대해볼만 하다.
그러나 글로벌 R의 공포가 여전하고 추세를 돌려놓을 만한 새로운 모멘텀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1500원선에서 많이 멀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