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미국은 담보인정비율이 최대 100%까지 돼 조금만 집값이 하락해도 담보물 경매 때 대출금액 전액 회수가 어렵지만 한국은 비율이 60%에 그치고 있다”
`9월 위기설`이 시장에서 확산되던 때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는 논거로 제시된 말이다. 부동산 가격거품을 잡기 위한 정책 수단이 이미 잘 갖춰있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원망이 높았지만, 역설적으로 그덕에 안정적인 거시 경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정부가 사실상 종합부동산세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세율을 낮추는 등의 법안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부동산 투기 억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던LTV-DTI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세금규제`와 `금융규제`가 모두 무장해제되고 있는 셈이다. 달리 이야기 하자면 부동산 가격의 부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게 될 소지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금융상품의 부실로 인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일종의 `역주행`으로도 비쳐진다.
이런 움직임은 채권시장과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 불안감 등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한 번 흘겨볼만한 내용은 될 듯 싶다. 현재의 신용경색 국면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 어떤 변수가 나올지를 가늠해본다는 차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손 대는 것마다 다 망가지지 않았냐..."
종부세 완화가 발표되는 시점 떠오른 말이다. 수출 경기 살린다고 환율에 손댔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도로 커졌고, 되레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이는 역으로 외국인들이 원화자산을 팔고 나갈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줬다.
어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관계 장관들이 모여 내놓은 대책은 시장의 인식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나온 대책이라는 건 키코 손실 등으로 일부 중소기업이 도산될 조짐이 보이는 데 따른 조치가 전부였다. 시장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당분간 불안한 심리를 회복시킬 근거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 기사는 24일 오전 8시15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