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요즘 관공서 고지서 봉투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는 '울렁증'이 생겼습니다. A씨가 이번에 1기분 주택 재산세로 내야 할 돈은 265만원.
남편이 퇴직해 연금 외엔 뾰족한 수입원이 없다는 그는 "앞으로 2기분 재산세에다 종부세까지 내야할 것을 생각하니 정말 밥만 먹고 살아야 할 판"이라며 "앞으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식 횟수도 확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서울 강남, 송파 등 버블세븐 지역에 살고 있는 이른바 '한계 집부자'들이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한계 집부자란 어쩌다 버블세븐 지역에 집 한채 마련한 것이 행운(?)이 되어 집값은 크게 뛰었는데, 부동산세를 낼 만한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특히 봉급 생활자나,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집을 팔려니 양도세 부담이 크고, 그냥 살자니 여윳돈이 없어 세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살고 있던 비싼 집을 전세로 주고, 가격이 낮은 집에서 전세 살이를 하면서 전세금 차액으로 재테크를 해서 세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수십억대 자산을 가진 초특급 부자들은 경기 침체를 별로 체감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부자도 아니면서 은행빚으로 집을 산 '어설픈 부자'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50대 주부 B씨는 최근 살고 있던 아파트를 월세로 내놓고, 사당동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해 보따리를 싸고 있습니다. B씨는 "무지막지한 세금을 내려면 집을 처분해야 하는데 양도세 때문에 부담스러우니 작은 아파트로 옮기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B씨 같은 '한계 집부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상황이 악화돼 집값이 폭락하는 것입니다. 세금만 많이 내다가 나중에 집값마저 크게 떨어지는 것이 그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죠. 그런 상황이 오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 보유자나 투기꾼들보다 운좋게 집값이 오른 '한계 집부자'들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