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1770선에서 쏟아진 폭우가 1700선 부근으로 갈수록 잦아드는 모양새다. 액면상 나흘간의 짧지 않은 조정이었지만 첫날을 제외하고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제어되고 있다.
특히나 외국인의 팔자세가 줄기차게 이어지는 가운데서 지수 하락폭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일단 기관과 개인이 나란히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고 있어 1700선의 지지력은 이틀 연속 확인됐다.
그러나 낙관적인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시장이 정체된 것은 미국 시장이 주춤했기 때문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악재가 현상유지라도 해 준 덕에 시장이 동요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크게 호전된 것도 없다. 조정 뒤에는 기술적 반등이 나오기 마련이고, 상승 기회를 한번 노려봄직한 시점이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안한 탓이다.
전날 밤 역시 미국시장도 예외없이 불안했다. 유가는 물론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가 시장을 엄습했다. 최악의 소비 심리와 20개 대도시 집값이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등 기록들이 여전히 속출한다. 특히 요즘 미국 증시는 유가와 인플레, 신용위기 악재, 경기후퇴 우려 등 색깔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양은 비슷한 악재들에 둘러싸여 돌아가면서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FOMC 회의가 주목받고 있지만 FRB의 결정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금리동결 쪽에 이미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인플레와 경기둔화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먼저 들어주기에는 나머지 악재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FOMC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물가로 인해 강한 긴축의 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유로존 역시 지표를 통해 경기후퇴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태다.
비슷한 고민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 5월만 해도 금리 인하 주장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러나 불과 한달만인 6월 금통위에서는 한국은행이 중립으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분위기가 180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앙은행의 고민은 금융시장 전반의 고민과도 오버랩된다. 그들의 결정이 쉽지 않은 것처럼 증시도 앞서가고 물러서는 것 모두 쉽지 않다. 게다가 불확실성이라는 부담도 떠안고 있다.
이날 역시 코스피 시장의 1700선 지지력은 물론 아시아 증시 전반의 체력 시험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