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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기금 수수께끼)②정부 `철저히`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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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구 기자I 2004.10.21 08:26:01

영문 모른 국회..예산·결산 "OK"
회계처리 부적절..파생거래손익을 `잡이자` 처리

[edaily 강종구기자] 지난 2월 일부 언론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외환당국이 개입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정경제부에서는 "별로 코멘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정히 궁금하면 정기국회때 발표될 외국환평형기금 손익 결산을 참고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부의 대답은 파생상품을 통해 개입을 했다는 것인지 안했다는 것인지, 손해를 봤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물론 파생상품이 아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언제 얼마를 했다`고 밝힌 적은 없다.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한 적도 없다. 마치 미국이 해외에 있는 핵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것처럼. 외환시장 개입은 핵폭탄 같은 존재라는 것일까. ◇ 외평기금, `국회로부터의 자유` 지난해 9월 선진7개국(G7) 회담 이후 환율이 급락하면서 시작된 외평기금의 파생상품 거래는 그렇게 "그런듯 아닌 듯"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외환시장에서는 무성한 `카더라통신`이 난무했지만 정확한 것은 누구도 알기 어려웠다. 정부는 외평기금의 파생상품 거래를 철저히 숨겼다. 곳곳에서 의도적인 은페가 감지된다. 국민에게나 국회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외환시장 개입이 비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1년이 지나면 외평기금 결산을 하고 국회의 심사와 승인을 받는다. 또 다가올 1년동안 어떻게 얼마를 조달하고 어떻게 얼마를 쓸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외평기금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지는 국가예산으로 운용되고, 예산심사권은 국회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국회에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정부의 2004년 외평기금 운용계획안 어디에도 파생상품 거래는 언급돼 있지 않다. 국회 직원인 전문위원이 제출한 분석보고서에도 파생상품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은 파생상품 때문에 외평기금에 어떤 상황이 올지 전혀 모르는 채 정부가 제출한대로 올해 기금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정부가 추정한 올해 외평기금의 비용총액은 2조원 정도. 이중 원화로 발행되는 외환시장안정용 국채(환시채)와 외화로 발행되는 외평채 이자가 1조8000억원 정도다. 올해중 환시채 한도가 11조 증액되는 바람에 5000억원 정도의 이자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해도 올해 발생할 이자비용은 총 2조5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8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이자비용의 배에 가까운 3조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고, 그중 1조8000억원 가량이 파생상품과 관련돼 있다. ◇ `꼭꼭 숨어라 파생상품 보일라`..회계처리도 부적절 재정경제부에서 "정히 궁금하면" 보라던 외평기금 결산자료를 들춰보자.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측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기금 결산보고서는 지난달 국회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원들은 바빠서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했고 정부는 파생상품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외평기금의 회계처리는 법에 의해 한국은행이 맡고 있다.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차원이다. 그러나 외평기금의 파생상품 회계처리를 보면 `숨기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거래를 했으니 권리와 의무가 생겼을 것이고 수익과 비용이 발생했을텐데 한국은행이 만들었다는 지난해 결산자료 어디에도 `파생상품` 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계정과목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파생상품거래는 부외거래로 기록을 한다고 한다. 그랬다가 연말 결산시 실현손익이나 평가손익만 손익계산서에 반영한다는 것. 대차대조표에 파생상품 관련 자산이나 부채항목이 없는 이유다. 파생상품과 관련된 손익은 엉뚱하게도 `수입잡이자`와 `지급잡이자`로 들어가 있다. 말 그대로 거래내용이나 금액이 중요하지도 일관적이지도 않은 잡계정이란 뜻이다. 둘 다 지난해 처음 손익계산서에 등장했다. 왜 그랬을까. 한은은 재경부에 물어보라고 한다. 회계처리는 한은이 했으나 계정과목은 재경부의 뜻에 따랐다는 것이다. 회계처리를 한은에 맡긴 목적이 무색해진다. ◇ 2002년엔 분식회계?..감사원 "투명성이 부족해" 외평기금 회계는 지난 2002년 결산 당시 문제를 발생시킨 전력이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대손충당금 160억원을 쌓지 않은 사실이 발견된 것. 콜(CALL)로 운용하던 168억원 상당의 외화중 160억원 가량을 모 종금사에 대출했는데 그 회사가 파산을 했음에도 상각처리를 하지 않았다. 실수였는지 아니면 고의가 있었던 회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신뢰를 하기 힘들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감사원은 회계처리뿐 아니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자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첫째, 환율정책 비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없다는 것. 한국은행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환율정책의 최종책임은 재정경제부에 있고, 한국은행은 재정경제부장관의 인가없이는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외환을 매도하거나 매입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역시 재경부의 책임하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평채 발행과는 달리 국회의 사전승인절차를 통해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외평채 등의 발행으로 인한 원리금부담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외평채와 통안채 원리금이 정부의 환율정책 때문에 증가했지만 재정에서는 전혀 출연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미래로 연기하고 있다는 것. 이는 결국 향후 환율정책과 통화정책 수행을 제약하고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생거래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을 시도했고, 이 사실을 1년여간 꼭꼭 숨겨왔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2004년 국감을 앞두고 edaily 보도를 통해 개입사실이 확인됐고, 정부는 급기야 "국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보도자제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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