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은 매출을 해외에 신고하거나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정확한 과세나 제재가 어려운 반면 국내 기업은 투명한 구조로 인해 쉽게 규제할 수 있다. 국내 기업에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역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금이나 과징금 등의 근거가 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실적도 불투명하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기업의 실제 매출은 공시된 금액의 최대 3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매우 적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매출 대비 상당한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기업의 세금 납부 규모는 현저히 낮은데 이는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과세를 회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참여를 제한한 소프트웨어진흥법은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해당 시장에서 사라지자 그 자리는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들의 놀이터가 됐고 결국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내 플랫폼에 집중된 규제가 한국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글로벌 기업이 국내시장을 장악한 사례로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가 태동하기 이전에는 다음 TV와 판도라 TV가 국내 동영상 시장의 주요 사업자였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해당 규제에서 자유로운 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이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 시점인 2009년 4월 15%였던 유튜브의 점유율은 2013년 8월에 74%로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다음 TV는 33%에서 8%로, 판도라 TV는 30%에서 4%로 점유율이 급락했다.
모든 정책은 그 결과를 정확히 분석한 뒤 집행해야 한다. 산업정책에 대한 고려 없는 정책집행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글로벌 플랫폼에 맞서 국내 플랫폼이 버티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많은 기업이 규제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 ‘카풀 사태’, ‘타다 사태’ 등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표 모빌리티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의 플랫폼을 경쟁사에 조건 없이 개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재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과 고객 기반을 경쟁사에 강제로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미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버같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에 안방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제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규제를 한다고 해도 그 집행가능성이 떨어진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 패권을 다투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우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까. 정부와 규제 당국은 국내외 기업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국내산업경쟁력을 감안해 플랫폼 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외국기업의 국내 시장 활동과 세금 납부 등 책임성을 높여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현명하지 못하면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경제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정책 추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