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되기까지 세계 각국으로부터 약 127억달러(약 17조원)를 원조받았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룩하면서 지난해 기준 우리 기업들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4위에 달한다.
빠른 기술 발전을 이룩하며 기술 탈취와 유출 등이 빈번해지고, 이젠 지식재산을 지키는 게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검찰도 이같은 사회 변화상에 주목, 2015년 대전지검을 지식재산 범죄 전반을 다루는 ‘특허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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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특허범죄 9만여건…특허범죄조사부, 라이다 유출 사범 잡아내기도
검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검찰청에서 다룬 특허범죄는 9만1840건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특허범죄는 다른 사건과 비교해 기술유출 및 부정경쟁 행위를 통해 우리 사회에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실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을 26조931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특허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수사하기가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피의자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특허권 침해라고 평가되더라도 이와 별도로 침해의 고의성이 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특히 영업비밀 유출 사건의 경우, 난해하고 복잡한 사건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인 수사로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수사자문관의 자문, 특허기술 변론절차 등을 통해 처리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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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특허범죄조사부는 굵직한 특허범죄 사건들을 수사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에 필수 부품인 라이다(LIDAR) 첨단기술 해외유출 사범을 구속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천인계획(국가 해외 고급인재 유치 계획)에 따라 외국인 전문가로 선발된 카이스트 교수가 대학이 보유한 라이다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사건이다. 해당 교수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또 반도체·스마트폰 소재인 연성 동박 적층판(FCCL) 기술 유출 사범을 기소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 선고를 끌어내기도 했다.
특허범죄조사부 소속 검사들도 특허범죄 스페셜리스트다. 박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형사부 연구관으로 있으면서 ‘특허법원 형사사건 관할집중’, ‘특허기술변론절차’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조소인(45·변호사시험 1회) 검사는 코스피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한승훈(45·변시1회) 검사는 카이스트 지식재산 최고위 과정을 수료, 김준성(41·44기) 검사는 미국 UCLA LLM 과정을 수료하는 등 외국어 실력이 탁월하고, 인천과 대전지검 공판부에서 다수의 영업비밀 유출사건 등에 대한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이력이 있다.
박 부장검사는 “다른 검찰청에서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는 특허범죄 사건에 대해선 이송받아 직접 수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며 “사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지식재산 분야 관련 행정·학술기관 교류 세미나인 특허소송실무연구회에도 지속해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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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범죄 수사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박 부장검사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특허범죄 연관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는 “생성형 AI는 불특정 광범위한 자료를 학습데이터로 해 창작을 하고 그 기초자료에는 여러 저작물이 포함돼 있어 침해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게 특정됐던 기존 저작권 침해 사례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유형의 침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분쟁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관련 저작권 보호 수단 강구 등에 대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만큼 특허범죄조사부의 전문성 강화는 박 부장검사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그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지식재산 분야 사건에 관해 특허청·문체부 특사경에 대한 밀착형 책임수사지휘 등 중점청으로서의 허브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며 “첨단 및 지능화하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범죄 관련 신종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유관기관과 연구회, 세미나 등으로 정보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