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답'의 장벽에 갇힌 그대들에게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주변에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을까. 싸움만 나면 “법대로 하자”는 사람은 어떨까. 아마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따돌림을 당할 것이다. 법대로만 할 거면 대법원장이나 최고참 판사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누가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좋아할까. 법대로만 하자는 사람을 좋아할까.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누가 자기 말만 하는 고집쟁이를 좋아하겠는가. 누가 사람보다 법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잘 듣는 사람들이다.

남의 말 안 듣는 꼰대들은 몇 가지 공통적 특성이 있다. 첫째, 듣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남의 말을 듣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데 59분 동안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바로 말허리를 툭 끊고 들어온다. “말 같지 않은 말 하지 말라”는 식이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이미 머릿속에 정답을 정해 놓고 있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여지없이 ‘틀리다’고 말하며 상대방을 몰아붙인다. 고집불통 꼰대들의 두 번째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못 쓰는 말이 ‘틀리다’와 ‘다르다’는 말이다. 이 둘을 구분 없이 섞어 쓴다. 그들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나는 너와 생각이 틀려!”라고 말하며 자기 생각을 말한다. 왜 이런 말버릇이 생기게 되었을까. 학교를 다닐 때부터 사지선다형 시험에 길들여지고 정답을 많이 맞힌 사람이 위로 올라가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그렇다. 정답이 중요한 세상 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답 중심 사고가 생기고 머릿속에는 지나온 경험들로 인해 만들어진 정답이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 즉 자기 경험이 만든 정답 세상(正答世上)에 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정답을 미리 정하는 버릇이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을 오답 처리해 버리는 못된 버릇도 함께 갖게 된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소통의 기본이자 기본이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면 생각의 폭은 넓어진다. 그러나 자기 생각 외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오답 처리하고 틀렸다고 말하면 그 사람 머릿속에는 그 사람 생각 하나만 남게 된다.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힘을 갖게 되면 그 조직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아랫사람들은 모두 입을 닫고 그가 정한 정답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조직은 점점 생각이 좁아지게 되고 그 조직을 싫어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 조직은 점점 고립된다.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그 조직을 도와줄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더해 적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단단하게 잡고 있는 나만의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막고 있는 것을 고집불통이라고 부른다. 잘파(Zalpha)세대들이 꼰대의 태도에 대해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꼰대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 그러나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꼰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이런 사람 옆에 그를 도와주려는 똑똑한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의 재주는 무용지물이 되고 노력도 허사가 되기 십상이다. 상사의 고집에 부하의 좋은 생각이 망가지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똑똑했던 그 부하가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설득할 마음이 있다면 설득 당할 마음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세상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절반 이상이다. 아집(我執)이 고집(固執)이 되면 소통과는 멀어진다. 슬기로운 사람들은 신념을 갖고 남의 말을 들으며 생각의 궤도 수정을 하며 슬기롭게 진화해 나간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