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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vs 트럼프' 또 맞붙나…역대급 80대 초고령 대선(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4.26 07:06:25

바이든, 온라인 동영상서 2024년 대선 도전 공식화
"미국의 영혼 위한 전투 계속돼…안주할 때 아니다"
트럼프와 ''리턴매치'' 가능성…난적 디샌티스도 주목
트럼프 "바이든,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 맹비난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80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닝메이트는 대권 잠룡으로 꼽혔던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주자로 유력한 기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매치’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바이든, 재선 출마 공식 선언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일을 마무리 짓자”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며 재선 도전을 처음 공식화했다. 이날은 지난 2019년 4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첫 대선 출사표를 던진지 4주년 되는 날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질문은 앞으로 몇 년간 더 많은 자유를 가질지 아니면 더 적은 자유를 가질지, 더 많은 권리를 가질지 더 적은 권리를 가질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며 “이것이 재선에 나서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이 공개한 3분2초짜리 동영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을 점거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이 위협하는 ‘자유’에 맞선 자신의 첫 임기를 설명하면서 “4년 전 대선에 나섰을 때 나는 우리가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나라 곳곳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자들이 줄을 서며 자유를 빼앗아 가려 한다”고 말했다. MAG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 슬로건으로 내건 문구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차기 대선 적수로 상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캠프 구성도 본격화했다.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에도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기로 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백악관 선임 고문이 맡는다. 그는 미국 노동계 대부로 불리는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다.

워싱턴 정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차기 주자로 나설 게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 미시건 주지사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전국적인 인지도 등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많아서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작가인 출신인 메리앤 윌리엄슨,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3~17일 미국 성인 1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7%였다. 올해 1월 당시 37%보다 큰 폭 상승했다. 특히 지지층의 81%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나선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공화당 ‘트럼프 vs 디샌티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그와 대결할 공화당 주자다. 공화당의 경우 민주당과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접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17일 공화당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다자 대결에서 48%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24%),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5%), 팀 스콧 상원의원(3%) 등을 앞섰다. 최근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강경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NBC는 “아직은 (대권 구도를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은 점점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과의 맞대결을 의식한듯 이날 성명을 내고 “이렇게 재앙적이고 실패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재선에 출마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사회주의적인 재정 지출 재앙 탓에 미국 가정들은 반세기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은행들은 파산하고 있고 달러화는 폭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 임기 때는 미국은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남부 국경은 파괴됐고 수백만명의 불법 체류자들이 지역사회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여러분은 지난 대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이라면서 “그들은 속였고 선거를 조작했다”며 선거 조작설을 또 들고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선에서 바이든을 물리칠 것”이라며 “경제를 살릴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고 남부 국경에서 침입을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의 맞대결 가능성은 고령인 나이로도 주목 받는다.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퇴임시 86세다. 역대 최고령이다. 80대 나이의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1946년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후보가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매치를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내 난적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1978년생으로 ‘젊은 피’다. 민주당 내 부티지지 장관과 휘트머 주지사 등도 4050 세대다.

◇차기 대선 구도 초접전 양상

미국 차기 대선은 2024년 11월 5일이다. 아직 판세를 가늠하기는 이르다. 다만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22~2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38%), 디샌티스 주지사(34%)와의 가상 대결에서 각각 43%씩 얻으면서 둘을 모두 앞섰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실시한 18~19일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0%를 얻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45%)에게 뒤졌다. 디샌티스 주지사(43%) 역시 바이든 대통령(40%)을 제쳤다. 유고브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43%)과 트럼프 전 대통령(44%)이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vs 트럼프’ 구도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 역시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야후뉴스와 유고브가 14∼17일 미국 유권자 1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는 둘의 리턴매치 가능성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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