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보겠다고 배를 탄 채 돌고래를 쫓아다니는 선박 관광은 결국 돌고래의 개체 수를 감소시킵니다. 지느러미가 다칠 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기도 하니까요. 즉 이 업체들은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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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3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등지느러미가 훼손된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포착됐다. 남방큰돌고래는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종이자 2012년 국내에선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희귀동물이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는 하루에도 20~30차례씩 관광 선박들이 돌고래 무리를 향해 ‘덮칠 듯’ 다가간다. 제주에는 110여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바다를 점령한 채 군림하는 관광 선박들의 등쌀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먹이·휴식·사교 시간을 빼앗기며 마지막 남은 서식지에서조차 마음 놓고 지내기 어렵게 됐다”며 “돌고래 무리를 종일 관광 선박 여러 대가 동시에 쫓아다니며 가까이 다가가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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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고래 관광 규제는 국회에 발 묶여
고래 관광지로 알려진 울산과 제주 앞바다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까지 울산 앞바다 고래관광선을 이용한 관광객은 4924명(19회 운항)으로 지난해 전체 관광객 6472명(65회 운항)의 76%에 달한다. 한 회 평균 이용객도 259명으로 지난해 100여 명보다 2.6배가량으로 늘었다.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 관찰가이드’와 관련, △돌고래 무리 반경 50m 이내 선박 접근 금지 △접근 거리별 선박의 속력 제한 △3척 이상의 선박이 돌고래 무리를 둘러싸는 행위 금지 등을 추가했다. 해수부는 2017년 만들어진 지침을 올해 보완했지만 실질적 제재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오후 6시 25분 무렵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관광선박 4대가 동시에 돌고래 무리 근처에 다가가 지침을 위반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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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현재 지침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 현재 자율지침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관찰 가이드가 향후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잠정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광 활동을 규제하는 만큼 ‘법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내부에선 법률 통과 이후) 법 시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위 규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수부는 법 개정 전까지는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관광 선박 운항 행태 등을 감시하는 남방큰돌고래 지킴이단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110여마리 뿐…선박 관광, 개체수 회복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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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시민모니터링에도 참여 중인 이씨는 “남방큰돌고래는 국제보호종이자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보호는커녕 멸종을 가속화하는 선박 관광을 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특히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자연적 개체수 증가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선박 관광에 대한 규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는 “남방큰돌고래 수명은 40년 정도인데 12개월 임신해 한 마리를 출산한다”며 “(제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110여마리 중 암컷과 나이 어린 고래 개체수, 유산 및 자연도태확률 등을 고려할 때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선박 관광은 물리적 충돌로 인한 피해와 돌고래 먹이활동에 문제를 야기한다”며 “관광 선박의 엔진 소음은 스트레스다. 남방큰돌고래 멸종 위기의 상황에서 선박 관광은 결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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