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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삶의 위안이고 또 어떤 이에겐 추억 그 자체가 된다. 누군가에겐 연애 시절 연인과 먹었던 음식이 그때의 추억과 감정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요리를 접했을 때 같이 먹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도 바로 음식이 가진 묘한 힘이다.
네이버웹툰이 2019년 9월부터 연재한 ‘백수세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 음식을 매개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잔잔하지만 매력이 있는 웹툰이다. 7년간 사귀었던 ‘재호’와 ‘수정’이 이별 이후 음식을 매개로 그동안 있었던 연애사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주된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무기력한 백수가 된 ‘재호’는 어느 날 7년간 사귄 여자친구 ‘수정’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렇게 수정과 헤어지는 줄 알았으나, 김치볶음밥을 먹을 때도, 치킨과 라면, 떡볶이를 먹을 때도 재호는 온종일 수정과 함께했던 지난 연애를 떠오르며 눈물을 훔친다.
이후, 술김에 연락 온 수정으로 인해 재호는 수정과 다시 재회할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막상 수정과 대면하니, 자신의 초라한 처지에 주눅이 든 재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수정을 나무란다. 이에 수정은 울면서 다시 한번 이별을 통보한다.
부친의 사업으로 인해 집안은 망하고,유일한 가족이었던 부친은 세상에 이제 없고,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이 와중에 여전히 취업은 되지 않고, 애잔한 인생의 연속인 재호는 잠시 슬픔을 뒤로한 채 다시 한번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기존에도 이 같은 음식을 소재로 한 웹툰들은 많았지만 ‘백수세끼’는 음식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띈다. 음식을 억지로 끼어넣는 구성이 아닌, 두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음식은 하나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소재로 쓰인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치킨, 곱창, 떡볶이, 김치찌개 등 생각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웹툰에서 때론 애틋하고 때론 짠한 주인공들의 매개체로 다가온다. 음식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화 상 음식 묘사의 퀄리티는 상당해 독자들의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백수세끼’를 그린 치즈 작가는 웹툰에 나오는 음식을 모두 직접 그렸다고 한다. 회차당 평균 8~10시간의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는데, 상당한 정성이다.
한편 ‘백수세끼’는 지난 10일 티빙에서, 오는 17일엔 네이버 나우&네이버 TV에서 드라마로 방영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스튜디오N과 플레이리스트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했다. 배우 하석진,고원희, 임현주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