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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앙은행, 인플레 막을 힘 없어…인플레 지속"

최정희 기자I 2021.10.10 11:38:08

브릿지워터 "인플레와 싸우려다 경기 회복 둔화"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미국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고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세를 꺾으면서까지 인플레이션과 싸울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밥 프린스 브릿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가 팬데믹에서 회복되면서 자원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준의 긴축 조치는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긴축을 하면 할수록 금융시장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연준은 그것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가지 악 중에 그나마 작은 악을 선택하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프린스 CIO의 의견이다. 즉, 인플레이션을 잡자로 경기둔화, 금융시장 변동성을 용인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 채권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6%까지 올라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등 원유 공급이 더 악화된 유럽에선 채권가격 폭락세도 더 심했다. 독일의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68%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란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영국의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14%까지 뛰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프린스 CIO는 “여전히 수요 증가가 있는 상황이고 제한된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렸다”며 “관성적인 수요와 공급 제약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가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국 항구에선 물건을 적재한 선박들이 쌓여 있고 이로 인해 해상 물류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에선 제조 공장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문을 닫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프린스 CIO는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며 “70년대에 석유수출국기구(OPECD)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켰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켰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석유 공급을 증가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수요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므로 중앙은행이 대응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에셋매니지먼트 거프리트 길 채권 전략가는 “중앙은행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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