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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 특유의 신중함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소수의견을 내고 금리를 조정해왔던 전례를 따른 것일까. 총재 혼자 짊어져야 하는 소통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4월 이후 8여 년간의 이 총재 임기 동안 열 한 차례 기준금리 조정이 있었는데 이 중 열 번은 소수의견이 나온 후 이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7월엔 코로나19 4차 유행이라는 변수가 생겨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통상 금리 인상 전에 소수의견으로 확실한 시그널을 줘왔던 측면에선 7월엔 소수의견만 내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의견이 한 명인 경우 그 다음 달 금리 조정이 이뤄진 적도 있지만 넉 달 후에나 금리를 조정한 적도 있어서 현재로선 뚜렷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7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금리를 무조건 올리겠다, 다음 달에 해야겠다고 타임 테이블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총재 혼자서 꾸려가는 소통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월27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이 총재가 두 달 동안 금리 인상 발언 강도를 높여온 것은 역으로 보면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치가 5월 총재의 기대에 못 미쳤음을 의미한다. 채권시장에선 5월 금통위 직후에도 첫 금리 인상 시기로 2022년~2023년으로 내다봤으나 6월에 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못 박자 그제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총재가 5월 금통위에서 발언한 것들이 연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 것이라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오롯이 총재 혼자 시장 등 일반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총재,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반 동안 대국민 채널인 언론과의 간담회 등을 중단했다. 경제단체, 협회 등에서 강연도 하지만 주로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부의장 등이 자주 언론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통위원들이 월급을 그렇게 많이 받는데 비공개라도 시장과 소통할 방법을 찾아야지, 협의체인데 총재한테만 맡겨둬선 안 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은 임기 4년이 보장(연임 가능)되며 연봉이 3억원대로 차량, 비서, 운전기사, 업무추진비 등이 제공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이나 금통위원이나 임명 구조로 보면 거버넌스는 비슷하다”며 “(금통위원들이 얘기할)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고 마련됐을 때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의견을 펴는가도 중요하다. 특히 주상영, 고승범 위원처럼 (의견이 다를 때) 그 의견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는데 좀 더 오피셜하게 (소통)하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