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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권반환일 7월1일 시행할듯
29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8일 개막한 20차 회의에서 홍콩 국보법 초안 심의에 들어갔다. 애초 회의 안건에는 홍콩 국보법이 포함되지 않았다가 회의 첫날에 심의를 위해 제출됐다.
전인대 상무위는 “헌법·법률 위원회는 홍콩 각계 인사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검토해 법률 초안 2차 심의 결과 보고를 제출할 것”이라며 “전인대 관련 결정의 정신을 실현하고, 법안과 관련한 관심사를 반영하며 홍콩의 실제 상황에 부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무위원들은 보편적으로 조속히 관련 법률을 제정해 홍콩특별행정구에 공포·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홍콩 법률의 구멍을 메우고, 범죄 행위를 효과적으로 타격해 국가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 18~20일 회의를 열어 홍콩 국보법 1차 심의를 한데 이어 열흘 만에 다시 회의를 열었다. 홍콩 국보법은 회의 마지막날인 30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무위가 만약 홍콩 국보법을 통과시키면 이후 절차는 홍콩 정부가 기본법 부칙에 이를 삽입하는 것만 남게 된다. 곧바로 다음날부터 시행 가능하단 의미다. 앞서 지난달말 양회에서 통과된 홍콩 국보법 결의안에서도 “본 결정은 공포한날 즉시 시행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관측통을 인용해 전인대 상무위가 다음 회의가 끝난 후 7월 1일 홍콩 국보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7월 1일은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이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대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코로나19 방역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주권반환 기념 집회를 불허 한 건 1997년 주권반환 이후 처음이다.
◇반중 시위대 겨눈 칼날…소급 적용 여부 주목
홍콩 국보법이 시행되면 가장 직접적인 여파는 홍콩에서 벌어지는 반중(反中) 시위에 대한 법 집행이다. 그 형량은 최고 종신형에 달할 수 있다는 추측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번 전인대 회의에 참석한 한 전인대 홍콩 대표는 “홍콩 국보법은 ‘이빨 없는 호랑이’로 남지 않을 것”이라며 “그 위반자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신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탄야오쭝(譚耀宗) 전인대 홍콩 대표도 “법안 원안 단계에서 ‘경미한 죄는 금고 3년, 그 외는 금고 5~10년’이라고 했으나 너무 관대하다는 의견이 많아 향후 입법 작업에 반영될 수 있다”며 형벌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홍콩보다 앞서 2009년부터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보안법은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했다.
법 집행이 소급 적용 될지도 관심사다. 소급 적용이 되면 홍콩 국보법 시행 직후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들이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의 주역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왕단(王丹)은 최근 페이스북에 “2주일 전 베이징에 있는 외국인 기자에게서 6월 말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7월 1일 지미 라이(黎智英)와 조슈아 웡(黃之鋒)이 체포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늘 이 두 사람이 이처럼 쉽게 체포된다면, 내일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일부 시위대 주역들은 홍콩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학생독립연맹’을 만든 천자쥐(陳家駒)는 최근 페이스북에 해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국보법 이후 홍콩은 더이상 희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인권 운동가 황타이양(黃台仰), 리둥성(李東升) 등도 이미 해외로 떠났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홍콩 국보법이 추진되면서 홍콩 급진 세력들이 도망갔다”며 표현하며 무책임한 이들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홍콩 국보법 제정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1984년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보장된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을 훼손하거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 책임이 있거나 연루됐다고 여겨지는 전·현직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홍콩 문제에서 악질적인 언행을 한 미국 인사들에 대해 비자 제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맞대응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홍콩·대만 문제 등에 대해 압박이나 간섭을 계속하면 1단계 무역합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이 미국 측에 조용히 발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