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정대협이 왜 모금하는지 모르고 끌려 다녔다”면서 그렇게 거둬들인 돈의 사용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금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은 사실을 거듭 지적한 것이다. “생명 걸고 끌려간 위안부들을 정대협이 팔아먹은 것”이라며 울분과 격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는 지난 7일의 작심 폭로에 이어 이뤄진 후속 회견이다.
이 할머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해서는 “사리사욕을 차리고 국회의원에 나간 것”이라며 더욱 격한 표현으로 비난했다. 자신을 찾아왔기에 눈물로 껴안았다고 해서 용서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정대협 간사를 거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까지 지내는 동안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하기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더 관심을 보인 데 대해 배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김복동 할머니가 타계했을 때 윤 당선인이 흘린 눈물을 두고 ‘가짜 눈물’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이런 거부감이 드러난다.
문제는 이 할머니의 회견 내용에 관계없이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해 이미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후원금 기재 누락이 한둘이 아닌데다 특히 안성 쉼터에 있어서는 구입 단계에서부터 최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기까지의 과정이 온통 의문투성이로 드러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개인 계좌로 여러 명목의 후원금을 받았지만 그 처리가 투명하지 않다는 의혹도 추가된다. 더욱이 윤 당선인의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의 자금출처 논란까지 얽혀 이런 의혹들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제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이 답변해야 할 차례다. 우물쭈물 해명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용서하고 말고의 차원도 넘어섰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이 더욱 빛을 발하려면 후원금 사용을 포함한 활동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이러한 지적을 ‘친일’ 프레임에 묶어 반격하려는 태도는 떳떳하지 못하다. 민주당도 나름대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도 조속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울부짖듯 토해낸 이 할머니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