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전쟁' 개입 나선 트럼프…WTI 25% 폭등(종합)

이준기 기자I 2020.04.03 05:22:29

"사우디·러시아 감산 규모 1500만배럴 이를 수도" 트윗
사우디, OEPC+에 美·캐나다·브라질 아우르는 회의 소집
일각 ''트럼프의 주장, 불명확한 부분 많아''…상승폭 줄어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이른바 ‘유가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국제유가가 20% 대 폭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67%(5.01달러) 뛰어오른 25.3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역사상 최대 폭 상승률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 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0.49%(5.07달러) 오른 29.81달러에 거래 중이다.

결정적 요인은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와 방금 얘기했다”며 “나는 그들(사우디와 러시아가)이 (원유) 약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MBS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칭한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원유 및 가스 업계에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우디 언론도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에너지 시장·유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올린 또 다른 트윗에선 “(양국의 원유 감산 규모가) 1500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며 “모두를 위해 좋은 뉴스”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상승하던 유가는 추가 랠리를 펼쳤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장중 한때 30%를 훌쩍 넘는 상승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좌장격인 사우디는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대체까지 포함한 OPEC+는 물론 다른 산유국까지 아우로는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지난 3년간 OPEC+의 산유량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에도 참석을 촉구한 셈이다.

그간 유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이어진 ‘유가 전쟁’ 등으로 폭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는 높은 유가가 채산성 낮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추가 감산에 반대해왔다. 다만, 사우디는 경고한 대로 전날(1일)부터 산유량을 하루 1200만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린 반면, 그간 사우디에 맞서 증산을 예고해온 러시아는 산유량을 끌어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1500만배럴의 감산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하루 감산량을 지칭하는 건지 아닌지 등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점은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국제 금값은 닷새 만에 뛰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9%(46.30달러) 급등한 1637.7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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