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내용은 이계창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뮤지컬배우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뮤지컬배우 출신인 이 교수는 2015년 뮤지컬배우·연출가·평론가 등과 함께 만든 한국뮤지컬연구회를 통해 뮤지컬계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478명의 뮤지컬배우를 대상으로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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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뮤지컬 배우들 중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 이는 48.2%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들이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이유로는 ‘자금 운용의 어려움 등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가 50%로 가장 많았다. ‘흥행 실패로 인한 제작사의 파산’(18.4%), ‘고의적인 임금 미지급’(17.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임금체불 문제에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56.1%가 ‘끈질기게 지급을 종용하며 기다림’이라고 답했다. ‘제작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포기’라는 대답도 30.6%였다. ‘개인 또는 집단으로 제작사를 고소’라는 답은 19.4%에 그쳤다.
뮤지컬계에서는 그동안 임금체불 등의 문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도입을 위해 2015년 실시한 ‘뮤지컬 실태조사’가 가장 최근 조사였다. 이 교수의 ‘뮤지컬배우 실태조사’는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뮤지컬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이 교수는 임금체불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배우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지 않는 이유를 심리적 이유와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배우는 제작사의 선택을 받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가 생겨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소송도 제작사를 상대로 한 개인의 싸움이기 때문에 결심하기 쉽지 않아 제작사의 나쁜 관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뮤지컬배우를 대상으로 진행돼 스태프들의 처우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스태프들의 상황은 배우보다 더 열악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교수는 “배우의 경우 문제가 있는 제작사는 오디션에 참여하지 않는 식으로 피할 수 있지만 스태프들의 경우 제작사가 미지급한 돈을 다음 작품에서 주겠다는 식으로 같이 끌고 가는 관행이 있어 오히려 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