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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들은 시간강사 감축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설 과목을 줄이거나 소규모 강의를 대형 강의로 통합하고 전임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시간강사 400명 중 150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A대학 관계자는 “학과별 개설 과목 수를 축소할 방침”이라며 “대학의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 “10년째 동결, 등록금 규제라도 풀어 달라”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 임용 기간 중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대학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3년까지 강사의 재임용을 보장하며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학생 성적처리나 다음학기 강의를 준비하는 방학기간도 임용기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강사 처우개선 비용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등록금은 2009년 연평균 749만9800만원이었지만 2017년 739만8700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쳤다.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2012년부터 3.9% 인하를 시작으로 -0.4%(2013년), -0.3%(2014년), 0%(2015년), 0.4%(2016년), 0.5%(2017년)로 동결되거나 인하됐다.
대학 등록금은 2011년 9월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 평균은 1.2%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18학년도 법정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1.8%로 제시했다.
법적으로는 이 범위에서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매년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했다.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등록금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한다. 이재은 대학교무관리협의회장(한양대 교무팀장)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의 재정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기 때문에 강사 처우개선과 함께 등록금 인상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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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과 강사들은 대학의 강사법 시행에 따른 재정 악화 주장을 엄살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되는 강사 인건비가 대학 전체 수입의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분회장은 “지난 10년간 대학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강사 강의료 비용을 줄여왔다”며 “일부 대학은 적립금을 주식 등에 투자해 60억~7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는데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이 일부 대학의 전체 수입 대비 강사료를 분석한 결과 연세대는 1.65%, 고려대는 1.55%에 불과했다. 중앙대(2.33%)·성신여대(2.07%)·대구대(2.18%)도 전체 수입대비 시간강사 강의료가 2%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전체 수입 대비 1~2% 수준”이라며 “이를 근거로 강의를 줄이고 졸업학점을 축소하겠다는 대응방식은 반교육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 교육부 “강사 줄이면 예산지원 못 받을 것”
교육부는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에서 시간강사 인건비(강의료) 지원 목적의 예산 288억원을 확보했다. 강사법은 내년 2학기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한 학기 시간강사 강의료만 책정한 것이다. 2020년부터는 연간 577억 원의 예산이 강사 강의료 지원 명목으로 편성된다.
교육부는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별 시간강사 고용규모에 따라 예산을 배정한다. 특히 추가 비용을 이유로 강사를 대량 해고한 대학에는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는 내년도 시간강사 고용현황을 최근 2~3년 통계와 비교, 눈에 띄게 강사를 줄인 대학에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립대 강사 인건비까지 포함하는 예산을 확보한 이유는 강사법 안착을 위한 것”이라며 “대학에 예산을 배분할 때는 시간강사 대량 해고를 감행한 대학에는 강사 인건비 지원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