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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유니폼 디자인을 바꿀때 사내에서 예쁘다고 알려진 여직원에게 입혀 보고 회장이 평가를 한 적도 있다”며 “치마와 스타킹인 유니폼이 불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화장 안할 권리’를 외치는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하면서 유니폼을 강요하는 회사에 반기를 드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노동조합을 통해 항의하거나 익명 게시판에 불만을 토로하는 수준이지만 유니폼 폐지를 검토하는 회사들이 나타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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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대한 복장규정이 엄격한 대표적인 업종이 항공사다.
A항공사 3년차 객실승무원 김소영(27)씨는 “안경 착용은 금지시항이다. 교육생 시절엔 마스카라와 블러셔까지 풀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혼이 났다. 요즘엔 규정이 바지 정장도 허용되는 추세이지만 교육생 시절엔 바지를 입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며 “팀 마다 이미지 메이킹 멘토를 두고 매달 유니폼 등 복장과 관련된 ‘이미지 메이킹 중점 점검 항목’이란 것도 공지한다”고 전했다.
24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여승무원에게 요구되는 외모 조건이 남성 승무원한테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면서 “유니폼 규정은 당연하고 머리색을 포함한 헤어스타일, 손톱 색깔까지 정해 놓은 매뉴얼이 있다”고 전했다.
B항공사 객실승무원 3년차인 한지은(28)씨는 “우리는 기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타이트한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은 채로 비상상황에 탈출 안내 등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코르셋처럼 숨통을 조이는 유니폼처럼 불필요한 복장규정은 승무원의 건강뿐 아니라 승객의 안전에도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은 주로 창구업무를 맡는 하위직급 여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요구한다.
최근 은행에 입사한 김은지(25)씨는 “똑같이 창구에서 근무하지만 여직원은 유니폼을 입고 남자 행원은 양복이면 된다”면서 “고객들도 유니폼 착용 여부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직원은 단순 창구 텔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짦은 치마와 몸에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판촉사원들은 불만이 많다.
4년째 생활용품 판매를 맡고 있는 윤모(33)씨는 “머리가 길면 머리망을 꼭 해야 하고 매니큐어도 살색이나 투명 계열을 해야 한다. 화장이 짙거나, 머리 염색도 튀는 색으로 하면 안된다는 규정도 있다”며 “치마가 짧아서 쉬는시간에 휴게 공간에서 잠깐 눈을 붙일때도 담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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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당연한 문화로 여겨졌던 유니폼과 화장 의무를 ‘꾸밈노동’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면세점은 작년에 남자 직원 유니폼을 폐지했다가 여직원들이 남성만 폐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A면세점은 대리 이하 여직원은 의무적으로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A면세점에 근무중인 김모씨는 “성차별, 업무 능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유니폼을 입기 싫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결국 유니폼을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A면세점 관계자는 “남성 유니폼은 정장과 유사해 유니폼을 입는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폐지한 것”이라며 “유니폼을 입는 것을 선호하는 여직원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객실 승무원 복작규정 등과 같이 여성노동자의 ‘꾸밈노동’을 당연하고 생각하고 이를 강요해 왔지만 실제 직무를 이행하는데 있어서는 필요하지 않은 노동”이라며 “꾸밈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미흡하게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복장 규정을 포함한 직장내 성차별적 문화의 해소는 직무 중심으로 사고하고 옆의 여직원도 다른 직원들과 같은 동료라는 의식을 확산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