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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진경준 이어 장호준도 구속위기…檢 21기 잔혹사

조용석 기자I 2017.11.06 06:30:00

‘현직 검사장 첫 구속’ 진경준,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동기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 ‘그랜저 뇌물 검사’ 등도 같은 기수
부장검사 출신 납치사건도…‘평검사와의 대화’ 주도하기도
“검찰 지원자 많았던 연수원 21기…인재도 사고도 많아”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사진 왼쪽)과 진경준 전 검사장.(사진 = 뉴시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검찰이 국정원 댓글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는 장호중(50)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서는 “또 사법연수원 21기냐”라는 탄식이 나왔다. 유독 많은 수료생들이 검찰을 택한 연수원 21기 중에서는 뛰어난 검사도 많았지만 그만큼 불미스러운 사고도 많았다.

◇ 수사방해 핵심 장호중, ‘현직 검사장 첫 구속’ 진경준 동기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2일 장 전 지검장에 대해 위증교사 및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나흘만이다.

당시 국정원 파견 중이던 장 전 지검장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수사에 대비해 위장사무실을 만들고 수사·재판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장 전 지검장은 이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장 전 지검장이 5일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함에 따라 구속여부는 서면으로만 심리한 후 6일 밤늦게 또는 7일 새벽에 결정된다.

현직 검사장인 장 전 지검장이 구속된다고 해도 최초는 아니다.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사례는 지난해 진경준(50) 전 검사장이다. 진 전 검사장과 장 전 지검장은 사법연수원을 1992년에 수료한 21기 동기이자 1967년생으로 동갑이다. 두 명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진 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아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한진그룹 내사 종결 대가로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 징역 7년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고 진 전 검사장은 불복해 상고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던 진 전 검사장은 장 전 지검장과 마찬가지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후 수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8월 해임됐다.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해임된 것 역시 검찰 역사상 처음이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린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오는 정인균 전 부장검사.(사진 = 연합뉴스)
◇ 피의자 사망사건 주임검사…골프장 사장 납치사건도

2002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피의자 사망사건’의 주임검사였던 홍경령(52) 전 검사도 21기다. 당시 살인 혐의 용의자로 검거됐던 조모씨는 홍 전 검사의 묵인 아래 수사관 3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이었던 홍 전 검사는 독직폭행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이후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김정길 법무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이 함께 옷을 벗었다.

당시 사법연수원 21기 동기들은 “홍 검사는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안된다”며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돈을 모금하는 등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출소 후 변호사로 활동 중인 홍 전 검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어느 칼잡이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2010년 알선수뢰혐의로 구속 기소된 ‘그랜저 검사’ 정인균(58) 전 부장검사도 21기다. 정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재직 중이던 2008년 사건청탁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그랜저 승용차 등 4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그는 실형이 확정돼 2년 6개월 동안 복역했다.

당시 검찰은 최초 정 전 부장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가 정치권과 여론이 들고 일어나자 그제야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재수사해 비판을 받았다. 특임검사제는 검사의 중대비위를 수사할 때만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는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최종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진경준 전 검사장 역시 특임검사의 수사를 받았다.

엽기적인 사건도 있었다. 연수원 21기로 부장검사까지 지냈던 김모씨는 변호사 개업 후인 2007년 용인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에 연루돼 충격을 줬다. 김씨는 골프장 사장과 아들을 납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자신이 직접 위조·조작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살았다. 김씨는 2015년 외제차를 훔쳐 타고 골프채 등을 훔친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왼쪽부터), 윤웅걸 제주지검장, 이석환 청주지검장(사진 = 뉴시스)
◇노무현 정부 평검사와의 대화 주도…인재도 사고도 많아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21기 수료자 295명 중 90명이 검사가 됐다. 앞 기수인 20기는 301명의 수료생 중 69명, 그 앞 기수인 19기는 300명의 수료생 중 73명만 검찰을 택했다. 267명 중 100명이 검찰행을 선택한 13기 이후 가장 숫자로도 비율로도 가장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21기 때 법원이 다소 인원을 적게 뽑아 수료생들이 검찰로 많이 몰렸다”며 “변호사를 하다가 다시 검찰로 온 이들까지 포함하면 110명이 가까이 검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수인력이 검찰에 모이니 인재도 많이 나왔지만 반대로 사고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1기는 고 노무현 대통령 재직시절 2003년 ‘평검사와의 대화’를 주도한 기수이기도 하다. 21기가 당시 평검사 중 가장 기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평검사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했던 21기 허상구(57) 변호사는 당시 노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니까 검사를 토론으로 제압하려 하지 말고 많이 들어달라”고 요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21기는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윤웅걸 제주지검장,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노승권 대구지검장,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 한찬식 수원지검장, 이석환 청주지검장 등이다.

이 지검장은 제주지검장 시절 벌어진 ‘영장회수 사건’으로 인해 감찰을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달 중 2차 감찰위원회를 열고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론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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