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①] 해안 비경 품은 환상의 드라이브 ‘강릉 헌화로’

강경록 기자I 2017.05.20 06:03:11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곳
강원 강릉시 옥계면·강동면

강원도 강릉 헌화로는 비경 품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차창 밖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 위로 화사한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창을 내리면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경쾌한 파도 소리가 밀려든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강릉 헌화로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헌화로 풍경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에서 항공촬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헌화로’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진다. 1998년에 개통한 금진해변-심곡항 구간은 해안 도로이고, 2001년에 연장된 심곡항-정동진항 구간은 내륙 도로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서 붙은 것이다. 신라 시대에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해변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곁 천 길 낭떠러지에 철쭉꽃이 곱게 피었다.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그 꽃을 원하는데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에, 지나가던 노인이 꽃을 따서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는 것.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향해 달리면 왼쪽에 설화 속 철쭉꽃이 피었음 직한 절벽이 있고, 오른쪽에 바다가 펼쳐진다. 도로변 난간 높이가 70cm에 불과해 차 안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헌화로가 시작되는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조용하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한여름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생겼다. 동해고속도로 옥계 IC로 나와 5분 만에 만나는 해변이고, 도로 주변에 주차 공간이 넉넉한데다 전망대도 있어 차를 세우고 쉬었다 가기 좋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소박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거나, 백사장에 앉아 서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2km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심곡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도 몰랐을 만큼 오지였다. 헌화로가 개설되면서 관광 명소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가을 국내 최장 거리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 탐방로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열리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심곡과 정동진 2.86km를 잇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분단 이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어, 해안 산책로를 따라 훼손되지 않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쉽게도 5월 현재 정비 작업으로 폐쇄 중이며, 공사가 끝나는 6월에 개방한다. 마을에 회나 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심곡에서 정동진항 구간은 내륙 도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정동진이다. 20여 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가는 무박 2일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알려진 정동진역은 지금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친구들의 우정 여행 코스로 사랑받는다. 눈부신 백사장이 약 250m 이어지는 정동진해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가 있는 모래시계공원도 둘러보자.

바다가 보이는 복합문화 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사진=이정화 여행작가)
◇낭만적인 강릉 바다여행

정동진에서 북상하며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영진해변,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일정을 짜면 강릉 바다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야외 조각 공원, 전시관, 카페, 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2003년 문을 연 뒤 해마다 시설을 조금씩 확장해 현재 모습을 갖췄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고즈넉한 카페, 싱그러운 소나무 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 전망대,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호텔 등 모든 공간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조선 시대에 폐사되어 사라졌다가 1950년대에 중건됐으며, 현재 전각은 1980년대에 새로 지은 것들이다. 등명락가사에서 3분 거리에 강릉통일공원이 있다. 육해공군의 군사 장비와 북한 잠수함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공원으로,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에 자리 잡았다.

안목해변에 있는 강릉커피거리는 1980년대 커피 자판기로 시작해 지금은 개성 있는 카페와 글로벌 커피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명소가 됐다. 안목에서 30여 분 달리면 주문진이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급부상한 영진해변의 주문진방사제와 주문진수산시장을 지나칠 수 없다. 주문진방사제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재현하려는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 주문진수산시장은 종합시장과 건어물시장, 회센터 등으로 구성된 동해안 최대 어시장이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헌화로 드라이브(금진해변-정동진항)→등명락가사→하슬라아트월드→강릉커피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헌화로 드라이브(금진해변-정동진항)→등명락가사→하슬라아트 월드→강릉커피거리→숙박→강릉 오죽헌→강릉 선교장→주문진수산시장

△가는길= 동해고속도로 옥계 IC→강릉·동해 방면→옥계로→동해대로→낙풍사거리에서 금진리·옥계해변 방면 우회전→헌화로→금진해변→심곡항→정동진항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