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불행한 '4가지' 이유

박종오 기자I 2017.03.16 05:50:00

통계청' 삶의 질 지수' 발표
①힘 되는 '가족' 흩어지고
②좋은 '일자리' 못 구하고
③안락한 '내 집' 못 사고
④백세 누릴 '건강'도 없네

△새 한 마리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 옥상에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는데 내 삶은 왜 불행할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질문이다.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국내 최초다.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됐다.

통계청과 학회가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2015년 111.8로 비교 시점으로 잡은 2006년(100)보다 1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6%나 늘었다. 양적 경제 성장과 비교하면 삶의 질이 나아지는 속도가 더뎠다는 뜻이다.

전체 12개 측정 분야 중 특히 가족·공동체(-1.4%), 고용·임금(3.2%), 주거(5.2%), 건강(7.2%) 등 4개 영역이 종합지수보다 크게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에도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주요 원인이 여기 있는 셈이다.

①무너진 가족·공동체…자살률·한부모가구 ‘껑충’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자료=통계청]


가족·공동체는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삶의 질 지수가 하락한 분야다. 전체 7개 측정 지표 중 무려 4개가 악화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돌봄과 복지 등을 가족에게 위탁하고 의지하는 정도가 높다”며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의 결속력이 약화했고 지역 사회 소속감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한부모 가구 비율과 독거노인 비율은 2006년 8.8%, 18.1%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10년 만인 2015년에는 각각 9.5%, 20.8%로 뛰어올랐다. 이른바 ‘정상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족 해체는 세계 최고 자살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6년 10만 명당 21.8명에서 2015년 26.5명으로 급증했다. 지역 사회 소속감도 2013년 64%에서 2015년 62.5%로 내려갔다.

②높은 실업률, 일자리 찾아도 불만

고용·임금은 삶의 질 증가율이 둘째로 낮은 분야다. 전체 6개 측정 지표 중 2개가 나빠졌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2006년 3.5%에서 2015년 3.6%로 소폭 상승했다. 일자리 찾기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일자리를 구해도 문제다. 일자리 만족도는 2009년 26.6%에서 2015년 25.2%로 내려갔다. 근로자 월평균 근로소득은 2005년 197만 8000원에서 2015년 219만 9000원으로 1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는 28.6% 성장했지만, 봉급쟁이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③비싼 집값에 길어지는 출퇴근 시간

△삶의 질 영역별 종합지수 [자료=통계청]


주거는 12개 분야를 삶의 질 개선율이 낮은 순으로 줄 세울 경우 3위였다. 5개 측정 지표 중 2개가 악화했다.

특히 주거 비용이 비싸졌다. 2015년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 구입 배수(PIR)는 전국(중앙값) 기준 4.7배로 2006년(4.2배)보다 크게 높아졌다. 월급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 여력이 낮아진 것이다.

비싼 집값·전셋값을 못 이긴 서민의 서울 등 도시 탈출이 줄 잇자 통근·통학 소요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2005년 31.1분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32.9분으로 늘어난 것이다.

④스트레스에 불어나는 살…오래 살아도 불행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2006년 78.8세에서 2015년 82.1세로 10년 새 3세 이상 상상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 분야 삶의 질은 10년간 7.2% 개선돼 전체 삶의 질 개선율(11.8%)을 크게 밑돌았다. 각종 질병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 유병률은 2006년 각각 26.3%, 9.4%에서 2015년 들어 27.9%, 9.5%로 높아졌다. 비만율도 같은 기간 31.5%에서 33.2%로 많이 증가했다. 스트레스 인식 정도는 2008년 60.5%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이 비율이 60.9%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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