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2O 서비스에 전력을 다하는 대형 포털 카카오의 모습을 바라본 구자용(48) 버튼테크놀로지 대표의 평가다. 구 대표는 17일 “지난해 카카오가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성사 단계까지 진행됐던 5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가 좌초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카카오보다 2년 앞선 지난 2014년 4월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버튼대리’를 선보였다.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키 위해 추가 투자를 진행했지만 카카오의 대리운전 중개 시장진출에 투자하겠다고 몰려들던 벤처투자업체들이 지갑을 모두 닫았다.
택시·대리운전·미용실·가사도우미 같은 대표적 자영업종에 카카오(035720) 등 국내 대형 포털회사의 진출이 이뤄지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다시 일고 있다. 과거에는 동네 부동산처럼 골목상권을 직접 침해했다면 최근에는 이미 해당 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사업 영역에 발을 들이는 모양새다.
특히 카카오가 O2O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내걸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2일 카카오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상반기 중 카카오 드라이버(대리기사), 카카오 헤어샵(미용실) 서비스 개시에 이어 하반기에는 카카오 주차(주차장 안내), 카카오 홈클린(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퀵서비스, 자동차 정비업계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구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이디어→투자→기술개발→제품(서비스) 제공’의 단계로 이뤄진다”며 “카카오나 네이버(035420)와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공룡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 투자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업계도 포털 기업들의 O2O 서비스 확산을 반기지 않는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전망이 밝은 스타트업과 업종을 발굴해 투자를 진행하려다가 포털 회사들이 진출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투자를 재고하게 된다”며 “O2O라는 명목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포털기업의 행태는 벤처투자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보다 한 발 앞서 지난해 1월 택시 배차 서비스를 제공한 리모택시라는 스타트업은 카카오택시 출범에 따른 투자유치 실패로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O2O라는 새로운 사업 형태의 활용을 무조건 골목상권 침해로 모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능력있는 기업들의 사업다각화를 막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처럼 능력과 역량을 갖췄다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포털들은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 플랫폼 사업자와 대조적인 길을 걷고 있어 주목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우주개발 등 ICT 산업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매진하면서 미국경제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국내 포털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데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ICT 산업을 선도해야할 포털 회사들이 ‘골목대장’ 역할을 하면서 자사 배불리기에만 급급하다보니 결국 한국 ICT 산업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라며 “초기 벤처정신을 잊고 과거 대기업의 행태를 답습하기보다는 회사 규모와 ICT 업계에서의 지위에 맞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기존 시장 침해가 아닌 시장 확대 및 발전에 기여하려고 한다”며 “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과 이용자 편의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진 대부분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의 고충과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며 “케이큐브벤처스 등 자회사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적·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2013년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뒤 스타트업이나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