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나는 회사를 팔아 치우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내비게이션 ‘김기사’로 유명한 벤처기업 록앤올의 박종환(43) 대표의 항변이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합병했다. 1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록앤올은 5년만에 400배 이상 기업가치가 치솟으면서 벤처 성공신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M&A 성공 이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축하만이 아니었다. 비난의 화살도 그에게 쏟아졌다. 박 대표는 “왜 기업을 팔아 넘겼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회사를 팔아치우고 이제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이라든가, 어디로 도망갈 것이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탄했다. M&A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 배경은 뭘까. 한국에서는 M&A를 당하면 소위 ‘먹힌다’는 말로 표현한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M&A에 대한 편견은 ‘갑의 횡포’에 이골이 난 국민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만남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듯하다. 물론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취득하고 버리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력과 브랜드가 뒷받침될 수 있는 M&A는 벤처기업 성장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M&A 분야에서는 미국의 M&A 귀재 칼 아이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약 20여 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텍사고, GM, 타임워너, 야후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그가 인수한 업체들이다. 2011년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가 2011년 구글에 인수되는 것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 역시 아이칸이었다.
그는 기업을 인수 후 기업을 성장시킨 뒤 주식을 매각해 시세차익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모토로라 인수 후 얻은 수익만 2조원에 달한다. 그에게 ‘샤크(상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M&A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단연 돋보이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검색엔진 스폿세터를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업체 북램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비츠뮤직, 디지털잡지 PRSS 등 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구글 역시 지난해 4개의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만 3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과거 M&A는 아이칸의 사례처럼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후 비싼 값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 활동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M&A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M&A를 넘어 인수개발(M&D·merger&development)을 통한 미래 생태계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다음카카오와의 파트너십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나는 회사를 팔았다거나 도망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카카오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더 큰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기회를 잡은 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에도 M&A는 먹고 먹히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인식의 정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