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01:00 여야 철도해법 공감대
여야간 줄다리기는 지난 29일 오후 9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밑 정국을 꽁꽁 얼게 했던 철도사태. ‘해결사’로 나선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해결의 열쇠를 쥔 청와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철도파업이 이어지면 예산안 연내처리는 어렵다.” 결국 김·박 의원은 비공개 회동후 30일 오전 1시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까지 만나 파업철회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은 30일 오전 9시 양당 회의에서 추인을 받았고, 철도파업은 결국 멈췄다. 정치권에 여야간 화해 분위기의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것이다.
◇30일 10:00 국회로 날아든 朴대통령 목소리
1시간 후인 30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가 국회로 날아들었다. “오늘 예산안 반드시 처리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의 ‘오더’를 받은 여당은 더 기민하게 움직였고, 30일 처리에 합의했던 야당도 이심전심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시각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는 국정원 개혁안(국정원 개혁특위)과 세법 개정안(조세소위), 쌀 목표가격(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쟁점현안들이 논의되고 있었다.
문제는 국정원 개혁안이었다. 여야는 조세소위와 농해수위에서는 결론을 냈지만, 연계된 사안인 국정원 개혁특위의 결과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30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국정원 개혁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여야는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출입 금지 법제화 △사이버심리전단 활동 처벌 규정 명문화 △국회 정보위 전담 상임위화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 대통령이 강하게 처리를 요구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외촉법)도 핵심쟁점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
◇30일 21:30 여야 31일 새벽처리 담판 실패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때부터 국정원 개혁안 협상에 속도를 냈다. 국회 안팎에는 이미 30일을 넘겨 31일 새벽을 한참 지나더라도 국정원 개혁특위(국정원 개혁안)→산업통상자원위(외촉법)→예산결산특위(예산안)→본회의 과정을 통해 예산안 등을 일괄 처리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파다했다.
30일 오후 9시30분께 국회 운영위원장실. 여야 원내지도부간 최종 담판이 이뤄졌다. 이 시각 이미 합의를 마친 새해 예산안은 31일 새벽 처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걸림돌은 국정원 개혁안이었다. 하지만 결국 여야간 마지막 담판마저 실패로 돌아갔고, 31일 새벽 일괄 처리는 수포로 돌아갔다.
◇31일 09:30 이번엔 외촉법이 변수
여야는 날이 밝자 다시 국회 테이블에 앉았다. 선봉대는 국정원개혁 특위 여야 간사들. 31일 오전 8시30분부터 이뤄진 국정원 개혁안 논의는 시작부터 급물살을 탔고, 금새 합의를 이뤄냈다. 곧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원 개혁안은 31일 오전 특위의 손을 떠나 법사위로 넘겨졌다. 세밑 예산안 정국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엔 외촉법이 변수였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31일 오전 9시30분 의원총회를 통해 외촉법을 예산안·국정원 개혁안과 연계시키기로 하면서다. 조세소위의 ‘부자증세’ 세법 개정안도 외촉법과 연계됐다. 31일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조세소위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의지로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반발은 생각보다 심했다. 민주당은 31일 오후 2시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3시간 이상 외촉법 처리문제를 논의했다. 결과는 다시 원점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 등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었다.
◇31일 18:00 여야 벼랑끝 마지막 담판
여야 원내지도부는 외촉법 문제로 다시 마주 앉았다. 국정원 개혁안 협상차 하루전 마주앉았던 모양새 그대로였다. 31일 오후 6시. 새해를 불과 6시간 앞둔 그야말로 벼랑끝 최종담판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격론 끝에 결국 외촉법을 처리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야당 지도부는 박영선 의원 등이 있는 법사위를 설득해나가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후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31일 오후 8시가 넘어 새해 예산안의 전제가 되는 예산부수법안들이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문턱을 넘었고, 10시20분께 새해 예산안이 국회 예결특위에서 통과됐다.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던 외촉법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새해를 2분 남긴 31일 12시58분 극적으로 통과됐다. 본회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만 남은 것이다.
◇1일 5:15 또다시 해넘긴 예산안
이미 새해는 밝았다. 1일 12시50분. 여유있게 새해 덕담을 주고받아야 할 이때, 국회의 움직임은 더 기민해졌다. 예산부수법안·국정원 개혁안·외촉법 등을 최종 점검할 법사위가 열린 것이다. 결국 법사위에서도 새벽 2시를 넘겨 우여곡절 끝에 외촉법이 처리됐고, 곧이어 본회의가 소집되면서 2014년도 예산안 등은 높디 높았던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2014년 1월1일 오전 5시 15분이었다.
지난해 1월1일 오전 6시4분 처리됐던 2013년도 예산안보다는 빨랐지만, 해를 넘기긴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예산안이 여야간 ‘정치흥정’에 볼모로 잡힌 구태가 반복된 것이다. 세밑 막판 사흘간의 숨막혔던 롤러코스터 협상. 여야 스스로는 각자 명분이 있었겠지만, 결국 2013년 세밑 정국도 최악이라는 오명을 안고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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