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재는 5일 인도 델리에서 열린 16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4월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50베이시트포인트(bp)나 내린 것은 굉장히 많이 인하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금리를 (미리) 내려 1년 정도 (인하)효과가 나타나도록 했다”며 “올 초 정책조합을 강조한 것은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먼저 움직였으니 새 정부가 부양에 나설 차례(It‘s your turn)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완화 기조를 펴면서 정부가 부양책을 펼)바탕을 깔아줬으니 정부의 재정 승수(Fiscal Multiplier)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 처럼 기축통화를 쓰는 나라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라는(금리를 내리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재정 승수는 재정을 풀었을 때 어느 정도 부양 효과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승수가 1이라면 정부가 10조원을 지출할 때 국내 총생산(GDP) 역시 10조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2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은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한은이 정부와 공조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이달 금리동결 배경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향후 통화정책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 양적 완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1999년 0%대 금리로 접어든 일본은 아직도 제로금리”라며 “기업이나 빚진 사람 모두 싼 이자를 원하지만 (한번 제로금리로 낮춘 다음) 돌아온 국가가 없다”며 저금리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 총재는 “미국이나 일본을 포함해 양적 완화를 하는 나라는 기축통화를 쓰니 괜찮지만, 우리와 다르다”며 “한은도 금리 내리기 경쟁(race to the bottom)에 뛰어들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도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양적완화에 나서면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그는 한은이 경기 부양에 나선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단정적이고 일사 분란해야 한다고 생각해 조금만 차이가 나면 엇박자라고 한다”면서 “정부와 한은은 똑같이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총재는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엔화 움직임에 대해 “달러 당 100엔까지는 빨리 올라갔는데 그다음 어떻게 갈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일본이 돈을 풀어도 조건이 맞아야 엔화 값이 더 떨어질 텐데 여러 상황이 얽혀 있어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엔저로 일본경기가 살아나면 보탬은 될 것”이라면서도 “자동차, 철강 산업은 경쟁이 심화하겠지만, 석유화학 분야는 경쟁이 없으니 일본 좋아지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 김중수 총재, 아세안+3 회의·ADB 연차총회 참석
☞ 김중수 "비기축통화 불확실성 증폭‥대응방안 고심"
☞ 김중수 "엔저, 앞으로가 문제‥자동차·철강·가전 타격"
☞ 김중수 "가계빚 질적 악화‥양적완화 출구전략시 시장 혼란"
☞ 김중수 "총액한도대출 확대, 성장 잠재력에 큰 도움"
☞ 김중수 "한은 독립성 중요한 가치‥임기 지킬 것"(재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