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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어"..술푸는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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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I 2013.02.26 08:10:00

작년 하위 20%, 주류·담배 지출 '껑충'
2005년 후 최대폭 증가..보건비 지출은 줄어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 모(46) 씨는 일용직 근로자다. 한 때 중견 건설사에 다니면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먹고 살 만큼의 월급을 꼬박꼬박 받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밥벌이를 잃게 됐다. 하루 벌어 겨우 생활을 유지하는 이 씨에게 유일한 낙은 술과 담배 뿐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전반적인 씀씀이가 줄어든 가운데 삶이 팍팍한 저소득층이 술과 담배 소비량을 1년 전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계 불안이 극심해지면서 기호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통계청의 ‘2012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주류와 담뱃값에 대한 지출은 월 평균 2만8100원으로 전년(2만7900원)보다 1.0% 늘었다. 이중 주류에 대한 지출은 9800원으로 1년 전보다 4.0% 증가한 반면 한달 담뱃값은 1만8400원으로 0.5% 감소했다.

그러나 소득 분위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생활고에 더 많이 시달리는 저소득층의 담배와 술에 대한 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위 20%인 1분위의 경우 주류(6800원)와 담배(1만3700원)에 한 달 평균 쓴 돈은 2만500원으로 8.3% 급증했다. 지난 2005년(10.6%) 이후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이들의 전체 소비지출 증가률(2.9%)과 비교해봐도 3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담배와 술에 대한 지출만큼은 줄이지 않은 셈이다.

1분위 중에서도 가계 형편이 더 어려운 집단에서 술과 담배 소비를 더 늘렸다. 영세상인이나 무직자, 자영업자 등 일이 없거나 소득이 낮은 ‘근로자 외 가구’의 주류·담배 지출은 1년 전보다 28% 치솟은 1만9600원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근로자 가구’의 증가율(7.3%)과 비교하면 3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신 1분위는 보건분야에 대한 지출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월 평균 11만7200원을 지출, 전년에 비해 2.9% 감소했다. 필수 지출에 해당되는 보건분야 지출을 줄인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악화된 체감경기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불황으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저소득층은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술과 담배 같은 기호품 지출을 늘린 것 같다”며 “대신 소득에 부담이 되다 보니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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