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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NYT 베스트셀러 진입

경향닷컴 기자I 2011.04.18 07:51:59

ㆍ한국 소설로는 처음 순위에…21위 기록

[경향닷컴 제공]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초판 10만부 발매에 이어 5쇄를 찍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17일자에 따르면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은 양장본 소설(Hardcover Fiction)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1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지난 3~9일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집계한 것으로, <엄마를 부탁해>는 5일 공식 출간 이후 5일간의 판매만으로 순위에 포함됐다.

이 소설의 해외 판매 대리인인 이구용 케이엘 매니지먼트 대표는 “미국 출판사 크노프 측으로부터 최근 5쇄를 찍었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들었다는 소식이 왔다”면서 “한국 소설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망라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는 전 지역 각계각층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 세계 출판인들이 주목하는 집계에서 검증받으면서 앞으로 작가와 작품에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설은 17일 현재 미국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서 5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순문학(Literary) 분야 26위에 올라 있다. 미국의 최대 서점체인인 반스앤노블에서도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45위를 기록 중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판매량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출간 10여일 만에 5쇄를 찍은 것은 시장의 반응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출판사들은 서점에 견본을 보여주고 사전 주문을 받은 뒤 책을 제작, 공급하며 재고는 서점이 떠안는다. 이 때문에 쇄를 거듭한다는 것은 서점에 풀린 초판 10만부가 대부분 소진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미국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친밀하며,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잊히지 않을 정도의 여백이 있는 작품”이라고 호평하면서 지난달 31일자 문화섹션과 이달 3일자 북 섹션에 두 번이나 책을 소개하는 등 호의적인 여론을 주도했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곤 서울대 교수(미국문학)는 “이 작품이 미국 내 다양한 독자의 수요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만명에 이르는 재미교포들, 특히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2·3세들이 1차 독자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우리와 비슷하게 ‘엄마’에 대해 정서적 밀착감과 애틋함을 가진 남미·스페인·이탈리아계 이민자들에게 “매우 가깝게 다가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엄마에 대한 유대의식이 약한 앵글로색슨계 백인의 경우 아주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책이 출간되던 지난 5일 모린 코리건 조지타운대 교수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출연해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의 싸구려 위안”이라고 혹평한 것은 이런 백인들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번역의 힘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문학 번역가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는 “신경숙 작가의 작품이 훌륭한 데다 번역의 현지화(domestication)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100년 전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가 영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 만큼 현지문화에 맞춘 번역이 이뤄진 점을 상기시키면서 “원문에 충실할지, 현지 독자들에게 맞출지는 번역에서 근본적 문제인데 이번 경우는 미국 독자들에게 맞는 번역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 번역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는 전문번역가 김지영씨가 맡아 영문판 출간과 함께 평가와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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