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인천 논현지구에 선보였던 ‘웰카운티’(888가구)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인 법정 녹지율(대지면적 대비 조경면적)의 3배가 넘는 녹지 공간을 선보였던 것. 전체 대지 1만8000평 중 녹지만 1만3000여평이나 됐다. 정규 축구장 6.5개 규모의 공원이 단지 안에 꾸며지는 셈이다. 웰카운티는 ‘8·31대책’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1주일 만에 ‘100% 계약’을 달성했다.
아파트 시장에 ‘그린(green)’ 열풍이 몰아치면서 녹지율이 집값을 좌우하는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녹색 프리미엄은 이젠 학군이나 교통 프리미엄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다.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살고 싶은 아파트로 ‘녹지공간이 풍부한 곳’을 꼽은 응답자가 절반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평당 시세가 5000만원에 근접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이다.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으로 용적률도 299%이지만, 답답한 느낌이 없다. 왜 그럴까. 녹지율이 무려 50%에 달하는 탓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한강 조망권과 입지 여건도 나무랄 데 없지만, 집 밖을 나서면 정원이나 다름없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이파크뿐만 아니라, 강남의 대표적 고가 아파트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도 녹지율이 40%를 넘는다. 단지 안에 잔디 벨트가 깔려 있고, 길이 100m가 넘는 실개천과 생태 연못도 있다. 국내 처음으로 지상 주차장을 조경 공간으로 꾸몄던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1278가구)이나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도 녹색 아파트를 내세워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이들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3000만~5000만원쯤 비싸다. 스피드뱅크가 지난해 수도권 인기 아파트 37곳의 가격 결정 요인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녹지 공간’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주택업계, ‘푸르게, 더 푸르게’
녹지 공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분양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9월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했던 ‘포스코더?2차’(1226가구)는 녹지율 63%의 이른바 ‘그린테라피’ 아파트를 내세워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1순위에서 최고 158대1로 마감됐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녹지율이 높으면 건강은 물론 어린이의 성장 촉진과 학습 능력 향상에도 좋다는 점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녹지 공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용인 에버랜드 조경팀과 손잡고 조경 특화에 나섰다. 광주(光州) 신상무지구와 주월2차 단지에 EQ(감성지수)공원, 향기 체험정원 등 이색 공원을 선보일 계획. 진흥기업은 경기 용인 구성읍에서 조경 면적만 9300평, 테마공원 10개를 갖춘 ‘더블파크’ 아파트를 공급한다. 현대산업개발도 강원 원주시 반곡동(1335가구)에서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돌린 아파트를 선보인다.
녹지 공간이 풍부한 아파트라고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상에 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공사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지상 주차공간을 지하로 돌리려면 평당 공사비가 30만~50만원쯤 추가된다. 최근 나무 값이 비싸지면서 조경 공사비도 오르고 있다.
입주 후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분양 업체측에서 입주 후 5~6개월쯤은 조경이나 녹지 관리를 대신해 준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나 주민자치회가 구성되면 입주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동일토건 김격수 이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입주자들이 관리를 소홀히 하면 조경 시설이 슬럼화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가급적 전문 회사를 선정해 사후 관리를 잘 해야 아파트 가치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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