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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낸 이들은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신차에 대한 치장업무를 담당했다. 치장업무는 수출용 차량을 야적장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차량을 국가·차종별로 구분하는 업무다.
해당 근로자들은 생산공장에서 나온 차량을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차량 정보를 확인해 지정된 수출 대기 주차구역으로 옮기고, 위치를 현대차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일해왔다. 완성차 업체의 최종 품질 검사(PDI) 공정 중 하나다.
이들은 2012년 이후 수 차례 협력업체가 변경되는 동안 고용승계를 통해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아 왔으며, 현대차와 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치장 업무가 생산 공정의 일부이고 현대차가 PDA를 통해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지시했으므로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자동차 직접생산공장이 아닌 간접공정 내지 생산보조업무에 해당하는 야적장 치장업무를 특정해 도급했고,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현대차가 시스템으로 원고들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해당 업무의 수행에 지시가 필요한 경우 형식적으로 협력업체의 관리자를 통해 하는 등 사용사업주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행사했다”고 봤다.
또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독자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울산공장에 파견돼 현대차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현대차를 위한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현대차가 원고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현대차와 원고들 사이의 근로관계에서는 지휘·명령관계의 징표들을 발견하기 어렵고, 직접생산공정의 경우와 같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지휘·명령을 대체했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이 수행한 치장업무는 수출선적장 밖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야적장으로 운송해 국가별·차종별로 구분해 주차하는 정형화된 업무”라며 “PDA를 사용했다고 해서 업무를 지시했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작업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등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협력업체는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 자체적으로 근로자들을 선발했고, 필요한 경우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며 “인사권과 근태관리권 역시 협력업체에서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근로자 파견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