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수입 연 2.8조 늘지만…이자 부담 못 미쳐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산업용 요금 인상에 따른 한전의 예상 매출 증가 액수는 올해 약 4000억원, 내년 연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9일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내년 한전 매출 증가폭이 3조원이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은 내년 한전이 매출 92조2285억원, 영업이익 3조7065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흑자 규모가 확대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부채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한 발전 원가 급등 여파로 약 47조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총부채 규모는 201조원까지 치솟았다. 내년 한전이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만 4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도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
◇“1㎾h당 25원 이상 올려야 한전 버틸 수 있어”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선 현 전기요금(166.0원/㎾h)에서 15%(25원/㎾h) 인상해야 한다고 봤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지난 9월 취임 후 요구했던 전기요금 인상폭과 같다. 유승훈 교수는 “이번 인상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전체 전기요금을 25원/㎾h 정도 올려야 한전이 추가 적자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수준은 돼야 사회적으로 소비 절약을 독려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국제 정세상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면서 “당장 전기요금을 30~40원/㎾h 가량 올려야 올 겨울 에너지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제 한국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국민에게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한전의 누적 적자를 단기간내 회수하려면 상당폭의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부는 여름철 냉방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6단계에 걸쳐 최대 11.7배의 요금을 부과했던 누진제를 3단계, 최대 3배의 요금 부과 방식으로 완화했다. 정동욱 교수는 “누진제를 강화하면 서민 부담을 적게 하면서도, 고소득층이 더 부담하는 형태로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